국내트레킹

북한산과 도봉산 둘레길 걷기 - 2014년 12월 25일

빌레이 2014. 12. 25. 21:11

산길을 걸어본지가 언제이던가. 몸 상태도 점검해 볼 겸해서 북한산 둘레길을 편하게 걷기로 한다. 가능하면 오래 걸어보자는 마음 가짐으로 집을 나선다. 문지방이 가장 넘기 어려운 크럭스라는 말은 겨울 산행에서는 특별히 맞는 얘기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곧바로 칼바위로 이어진 능선길에 올라선다. 북한산 둘레길에 들어서서 1구간부터 4구간을 거꾸로 걷게 된다. 솔샘길, 흰구름길, 순례길, 소나무숲길을 차례로 지나간다. 많이 걸어본 익숙한 길이지만 성탄절에 걷는 특별함이 있는 듯하다. 대부분의 구간이 눈길이어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걸어야 하지만 겨울산의 매서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4·19 민주 묘역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순례길 중간의 전망대에서 차 한 잔과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보광사 진입로를 내려와 우이동 솔밭공원을 거쳐 다시 산길로 든다. 가파른 언덕이 거의 없는 굴곡진 오솔길을 따라 서두르지 않고 유유히 걷는 기분이 좋다.

 

북한산 둘레길이 끝나는 우이동의 도선사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지 않고 이어진 도봉산 둘레길에 들어선다. 왕실묘역길, 방학동길, 도봉옛길 구간을 차례로 이어진다. 왕실묘역길 구간에 있는 연산군묘 앞의 양지바른 샘터에서 한참을 쉬어간다. 8백 년이 넘는 수령을 자랑하는 은행나무의 의연한 자태와 샘에서 흘러 나오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인상적이다. 마을 뒷편 언저리를 따라서 구불구불 이어진 오솔길이 걷기에 그만이다. 서서히 배가 고파질 무렵 도봉산 입구로 하산한다. 여섯 시간 가까이 걸었다. 얼추 계산해보니 15 킬로미터는 넘게 걸은 듯하다. 경사기 급한 산길을 걷는 것에 비해서 힘들지도 않고 찬바람도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오랜만에 행장을 차리고 등산하는 것 같이 걸어본 기분이 상쾌하다. 이제는 좀 더 거친 겨울산을 오를 준비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