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여행, 그들처럼 떠나라!

빌레이 2014. 11. 9. 21:17

올가을 나의 삶은 단순하다. 주어진 시간표에 맞춰 살아가는 일상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마음의 여유를 부려볼만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단순한 일상이 그리 싫은 건 아니다. 가을날의 설악산 등반을 다녀오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다. 스포츠클라이밍을 열심히 해서 건강도 좋아지고 난이도를 조금씩 향상 시켜가는 재미에 약간의 활력을 느끼고 있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 신선한 공기 흠뻑 마시며 지방의 한적한 산길을 오래도록 걷고 싶은 마음도 있다. 여유롭게 배회하는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도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심하게 가을을 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을 때 책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내게는 좋은 여행이 된다. 요즘 읽고 있는 책들 중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잡지책 넘기듯 짬짬이 읽었던 책이 <여행, 그들처럼 떠나라!>이다. 우리 시대의 문인들이 작가의 지인들과 함께 자신들에게 뜻깊은 여행지를 다녀온 소감을 짧은 글로 엮어낸 책이다. 박범신, 김용택, 강은교, 조정래, 이문열, 김탁환, 김주영, 이순원, 하성란, 함민복, 하일지, 구효서, 성석제, 정호승, 고은, 이렇게 15명의 문인들이 쓴 간단한 여행 후기를 사진과 함께 실었다. 다분히 출판사의 기획에 의해 만들어진 책이란 느낌을 지을 수는 없다. TV 여행 프로그램을 축약해 놓은 인상마저 풍긴다. 하지만 필력을 무시할 수 없는 작가들의 면면을 짧은 글 속에서도 읽어내는 재미가 있다.

 

여러 작가들이 참여한 책이라서 그런지 몇몇 작가들의 글은 대충 썼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자기 혼자만의 책이 아니라 할지라도 성의 있게  쓴 듯한 느낌을 전해주는 작가들도 있다. 소설가 조정래와 가수 장사익이 함께 한 <두 남자의 아리랑>에서는 어떤 글이든 가볍게 여기지 않는 조정래의 치열한 작가정신을 엿볼 수 있다. 시인 정호승과 가수 안치환이 동행한 <가야 하는 길>은 내게 익숙한 여행지들이었지만 또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었다. 내 고향집 주변이어서 친근한 화순 운주사, 강진의 영랑생가, 다산초당, 마량항구 등을 시인의 감성으로 표현해주고 있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소설가 김주영이 걸었던 보부상길과 소설가 이순원이 <은비령>과 함께 소개한 바우길은 언젠가 한 번은 꼭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