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도봉산 오봉 등반 - 2014년 6월 7일

빌레이 2014. 6. 8. 13:07

우이동에서 7시 30분에 일행들을 만나 도봉산 우이암 방향으로 오른다. 박교수님, 유집사님, 은경이, 나 이렇게 네 사람이 오봉 등반의 자일파티가 된다. 우이령 입구는 경전철 차량기지 공사가 한창이다. 원통사와 우이 능선 릿지길 갈림길까지 오르는 동안 땀이 비오듯 흐른다. 습도 높은 날씨에 암벽 장비와 자일까지 든 배낭을 짊어지고 오르지만 그리 힘들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오봉까지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에 평소와 달리 다소 험한 매바위 능선 코스를 택하지 않는다. 원통사를 거쳐 오르는 길로 들어선다. 원통사 위의 우이암 곁을 지날 때는 자연스레 암벽 등반 코스를 가늠해본다. 우이암은 주변에 일반 등로로 오르는 산객들이 많아서 등반할 때 호젓한 맛은 거의 느낄 수 없는 곳이다. 난이도와 등반성이 어떤지 모르지만 전체 피치 길이가 짧고 조용한 분위기가 아닌 탓에 아직까지는 우이암에 붙고 싶은 생각이 없다.

 

도봉주능선에 올라선다. 간간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식혀준다. 전망데크에서 바라본 오봉의 올망졸망한 모습은 언제 보아도 신기하다. 연무가 낀 날씨지만 등반하기엔 괜찮은 조건이다. 도봉주능선을 걷다가 오봉을 향해 좌측으로 빠지는 갈림길에 들어선다. 여기부터의 산길은 주능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오솔길이다. 오봉샘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힘을 내어 오봉의 첫 머리인 1봉에 도착한다. 부지런히 걸었지만 우이동에서 두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오봉은 등반보다 어프로치가 더 힘겹다. 1봉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오봉 전경은 시원하다. 오랜만의 오봉 등반에 가슴이 설렌다. 조심스레 1봉의 슬랩을 클라이밍 다운으로 내려선 다음 2봉에 도착하여 장비를 착용한다.

 

오봉 등반은 고도가 제일 높은 1봉에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자일 하강이 많다. 등반의 난이도는 높지 않지만 긴 길이의 오버행 하강 구간이 많기 때문에 위험 요소가 산재한다. 1봉부터 3봉까지는 쉽게 진행할 수 있다. 3봉에서 30 미터 자일 하강으로 내려선 후 4봉을 오르는 것이 본격적인 등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평소와 같이 내가 선등에 나서고 은경이가 선등자 빌레이와 라스트를 맡는다. 중간에서 박교수님은 자일 정리와 빌레이를 지원해주시고 유집사님은 사진 촬영을 맡아 주신다. 정확히 30 미터를 끝까지 하강하면 4봉 출발점이다. 첫 볼트 위의 사선 크랙을 넘어서기만 하면 기분 좋은 손 홀드가 잡힌다. 4봉에서 30 미터 오버행 자일 하강을 한 후 안부에서 점심을 먹는다. 아지트처럼 평평하고 그늘진 장소라서 낮잠 한 숨 자고 싶어지는 곳이다.

 

4봉과 5봉 사이의 애기봉은 인공 등반으로 오르는 곳이다. 우회하여 등반을 생략할 수도 있는 곳이다. 오버행 하강하는 멋진 장면을 촬영하기 좋은 장소라서 대부분의 팀이 애기봉을 등반하는 것 같다. 이 곳을 생략하면 뭔가 빼먹은 기분도 들기 때문에 우리 팀도 등반에 나선다. 첫 볼트를 잘 클립하고 밴드에 올라선 후 균형을 잡은 상태에서 사선 밴드를 따라 진행하면 쇠사슬과 쇠막대가 박혀있는 곳에 이른다. 이 곳에서 쇠사슬에 발을 끼우고 올라선 후에 정상 바위턱을 잡고 맨틀링 자세로 오르면 등반은 간단히 끝난다. 정상부의 바위턱에는 인공적인 홈까지 패어 있으니 안정적으로 오를 수 있다. 애기봉에서의 하강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버행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곳이다. 우리 팀 모두는 베테랑들처럼 유연한 자일 하강 실력들을 보여준다.

 

마지막 봉우리인 5봉은 처음 오버행 턱을 올라서는 곳에 고정 슬링이 있고 약간 페이스를 이루고 있는 두번 째 볼트 옆에도 슬링이 걸려 있어서 쉽게 오를 수 있다. 중간의 쌍볼트에서 피치를 끊어서 등반한다. 마지막 피치는 우측으로 뻗은 사선 크랙을 레이백 동작으로 올라본다. 언더로 잡히는 바위턱 홀드가 매우 양호하여 즐겁게 연습하듯 오른다.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추락에 대비한다는 의미로 캠 두 개를 설치하면서 등반한다. 라스트 피치 말미는 쉬운 슬랩이다. 모두가 안전하게 등반을 마친 후 시원한 바람이 불어제끼는 5봉 정상에서 한참을 쉰다. 우리 앞과 뒤로도 등반하는 팀들이 있었지만 별다른 정체 없이 여유 있는 등반을 즐겼다. 5봉에서는 60 미터 오버행 하강을 할 수 있지만 우리 팀은 자일을 한 동 밖에 가져오지 않은 관계로 올라왔던 곳으로 다시 하강한다. 두 번의 30 미터 피치 하강을 안전하게 마치는 것으로 등반을 종료하고 여성봉을 거쳐 송추 방향으로 하산한다. 도봉산에서 만족스런 워킹 산행 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편안한 오봉 등반을 즐긴 것에 감사한다.   

 

1. 본격적인 오봉 등반의 시작점인 4봉을 오르고 있다. 

 

2. 우이암 부근의 오봉 전망대에서 본 풍경. 우측 산불 감시 카메라가 보이는 곳이 1봉 정상이다.

 

3. 1봉에서 2봉으로 내려서는 곳에 아기 코끼리를 닮은 바위가 있다. 

 

4. 오봉은 봉우리 마다 거인들이 공기 놀이를 할 수 있을 듯한 바윗 덩어리가 얹혀져 있다. 

 

5. 3봉을 올라서고 있다. 1봉부터 3봉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다.

 

6. 3봉에서 30 미터를 끝까지 하강해야 4봉 출발점이다.

 

7. 3봉에서 바라본 4봉. 앞 팀이 등반 중이다.

 

8. 4봉 정상엔 제법 넓은 숲이 있다.

 

9. 4봉에서 바라본 5봉. 정상부의 뜀바위 너머에서 60 미터를 한 번에 하강할 수 있다.

 

10. 4봉에서 30 미터를 하강하면 점심 먹기 좋은 공터가 나온다.

 

11. 애기봉 첫 볼트 위에서는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밴드를 따라 오르면 된다.

 

12. 애기봉 정상 바로 밑에는 인공 등반을 할 수 있는 쇠사슬과 쇠막대가 박혀있다.

 

13. 애기봉을 오르고 있는 유집사님. 홀드가 양호하다.

 

14. 애기봉에서의 하강은 처음부터 끝까지 30 미터 길이의 오버행 구간이다.

 

15. 애기봉 하강을 마치고 쉬고 계시는 박교수님.

 

16. 5봉 첫 피치 등반이다. 첫 볼트에서 슬링에 오른 발을 끼우고 바위에 밀착시킨 후에 올라야 몸이 흔들리지 않는다.

 

17. 5봉 첫 피치 후반부를 오르고 있는 박교수님.

 

18. 라스트 피치의 시작 부분은 홀드 양호한 언더 크랙이다. 만일에 대비해 캠 두 개를 설치하고 등반한다.  

 

19. 선등자 빌레이와 라스트를 맡아 안전한 등반을 책임진 든든한 자일파티인 은경이가 5봉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다.    

 

20. 5봉 정상에서는 애기봉에서 하강하는 팀의 모습이 아주 잘 보인다.

 

21. 5봉 정상 위에 올려진 바위에서 익살스런 동작을 연출하고 있는 유집사님.

 

22.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5봉 정상에서의 인증 샷.

 

23. 5봉 정상의 뜀바위 너머에서 담아본 오늘의 자일파티.

 

24. 여성봉에서 바라보는 오봉의 모습은 또다른 얼굴이다.

 

25. 도봉산과 북한산을 가르는 우이령이 선명하고 상장능선 너머의 삼각산이 아스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