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하계 휴양지인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 출장을 다녀왔다. 에게 해의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해안에 자리한 고급 리조트에 숙소를 잡을 수 있었다. 크레타에 도착한 다음 날 새벽에 잠을 깨어 주변을 산책하던 중 발견한 해안 절벽과 동굴이 눈을 사로잡았다. 순간 해벽 타기 흉내를 내보고 싶었다. 유투브에 올라온 동영상에서 아무런 등반 장비 없이 난이도 높은 해벽을 오르다가 거침없이 물 속으로 떨어지는 멋진 장면들을 본 적이 있다. 안전벨트나 자일을 묶지 않은 가벼운 몸으로 오름짓을 즐기는 클라이머들의 자유로운 모습이 한없이 부러웠다. 언젠가는 나도 바닷물을 자연 매트 삼아 추락의 두려움 없이 가벼운 볼더링이라도 즐겼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졌었다. 그런 마음이 크레타의 해안 절벽을 보는 순간 꿈틀거렸던 것이다.
점심을 먹고 잠시 짬을 내어 제자들과 함께 해벽 근처에서 해수욕을 즐겼다. 새벽 산책 때 봐두었던 동굴 근처의 바닷가였다. 해수욕을 즐기다가 그늘에서 쉬고 싶을 때 안성맞춤인 곳이다. 동굴에서 쉬면서 해벽 볼더링을 시도해보았다. 바위가 단단하지 않아서 적당한 홀드를 찾기가 어려웠다. 바위라기 보다는 단단히 굳은 진흙 같은 질감의 절벽이다. 아쉬운 대로 자세를 취하고 조금 오르다가 물속으로 가볍게 추락해보기도 하면서 나름대로의 해벽 타기 흉내를 내본다. 스포츠 클라이밍을 같이 하는 친구들에게 보여줄 요량으로 제자들에게 폰카로 몇 컷 찍어보게 한다. 내가 생각해도 약간 어색하고 난이도도 너무 낮은 동작들이다. 하지만 투명한 에메랄드 빛깔의 에게 해의 맑은 물 위에서 해벽 볼더링을 시도해본 것 자체가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듯하다.
1. 수영복 입고 절벽에서 추락의 걱정 없이 볼더링 동작을 취해본다.
2. 오르다가 떨어진다고 해도 맑은 물 속으로 첨벙하면 그만이다. 해벽 타기의 자유로움이다.
3. 이 곳은 물이 깊지 않아서 높이 올라갈 수는 없었다.
4. 바위의 질은 단단히 굳은 진흙에 가까워서 홀드가 믿음직스럽지 못 하다.
5. 높이 오를 수 없는 아쉬움은 있지만 여러 가지 동작을 취해본다.
6. 수영을 하다가 다시 붙어본다. 웃옷을 벗고 있으니 저질 몸매가 드러나서 민망한 그림이 된다.
7. 동굴이 단단한 화강암이었다면 난이도 높고 멋진 클라이밍 루트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8. 해수욕을 즐기다가 그늘에서 쉬고 싶을 때 사람들이 찾아가는 동굴이 보인다.
9. 동굴 주변은 바위에 걸터앉아 쉬기에도 좋은 곳이다.
10. 에게 해의 투명한 바닷물은 정말 맑아서 스노쿨링 하기에 좋다. 물안경 쓰고 보면 물고기들이 잘 보인다.
11. 우리가 노는 사이에 현지인들도 종종 동굴에 들러서 잠시 쉬고 갔다.
12. 사실은 이 곳에서 오른다면 제대로 된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겠다 싶었지만 나의 수영 실력을 감안해서 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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