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북한산 산행(칼바위-대동문-위문-영봉-육모정고개-우이동) - 2014년 1월 11일

빌레이 2014. 1. 11. 19:27

이젠 교수에게 방학 기간이 한가하다는 것은 옛말이 돼버렸다. 여러 가지 일 때문에 한 주간을 쉴틈 없이 보냈다. 분주하게 보내는 것이 외형적으로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교육과 연구에 대한 에너지를 재충전 할 수 있는 시간도 분명 소중하다는 생각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아무 생각 없이 끌려가는 건 참다운 삶이라 할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시간을 지혜롭게 활용해야 한다. 이와 같은 생각이 두서없이 머리 속을 스치는 가운데 집 뒤로 이어지는 칼바위 능선을 오른다.

 

산에 들면 정신이 맑아진다. 도봉산 주릉과 오봉이 뚜렷히 보이는 조망터에서 잠시 쉬어간다. 산 아래의 시가지는 아침 안개에 갇혔다. 어제까지 강추위를 몰고왔던 동장군이 뒤로 물러나 앉은 모양인지 비교적 포근한 겨울 날씨다. 칼바위 아래의 양지바른 곳에 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안개 쌓인 시가지 위로 오똑하게 솟아오른 불암산과 수락산이 물 위의 섬처럼 보인다. 칼바위 정상의 조망은 언제나 처럼 걷힐 것이 없다. 산성 주능선에 올라선 후 대동문에서 또 한 번 쉬어간다. 주말이라 적지 않은 산객들로 붐비는 공터 한 켠에서 따뜻한 커피와 함께 먹는 빵 맛은 일품이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용암문을 거쳐 위문에 이르는 만경대 우회로를 걷는다. 곳곳의 등산로가 걷기 좋게 정비되어 있다.

 

올해 처음 오는 위문에서 백운대 정상을 올라갈까 잠깐 망설인다. 예상보다 많은 등산객들이 줄을 이어 올라가는 걸 보고 정상 등정은 마음을 접는다. 백운산장을 거쳐 하루재에서 곧바로 영봉을 향해 오른다. 한적해진 등산로가 좋다. 영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인수봉은 위압적이다. 북벽과 설교벽 주변은 하얀 눈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인수봉을 비롯한 북한산에서 올해도 안전하고 즐거운 등반이 이뤄지기를 기원해본다. 등반 실력도 진일보하여 백운대 서벽의 신동엽 시인의 길과 인수봉의 취나드길까지 안전하게 리딩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망도 가져본다. 육모정 고개로 향하는 길 중간의 헬기장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우이동으로 하산한다. 여유롭게 걸었는데도 평소보다 시간이 덜 소요된 느낌이다. 새해 들어 처음으로 걸어본 북한산 산길을 걷는 동안 마음의 평안을 찾은 듯한 기분에 만족스럽다.

 

1. 칼바위 정상의 조망.

 

2. 좌측의 도봉산 오봉과 우측의 선인봉이 햇살에 빛나고 있다. 

 

3. 안개 낀 시가지 위로 오똑하게 솟아오른 불암산.

 

4. 나목들 사이로 도봉산 주릉이 보인다.

 

5. 보현봉, 문수봉에서 이어지는 산성 주능선이 칼바위에서는 한 눈에 보인다.

 

6. 동장대 위로 솟아오른 노적봉, 만경대, 인수봉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멋지다.

 

7. 좌측의 대동문 너머로 보이는 영봉이 오늘따라 사람 얼굴처럼 보인다.

 

8. 대동문 공터는 단체 산객들로 붐빈다.

 

9. 백운산장 벽면에 설치된 액자 형식의 이정표가 이채롭다. 

 

10. 백운산장 지붕 위로 백운대를 오르는 산객들이 개미처럼 보인다.

 

11. 영봉에서 바라보는 인수봉 전경은 으뜸이다.

 

12. 올 한 해도 인수봉의 품 안에서 즐겁고 안전한 등반이 이뤄지기를 기원해본다.

 

13. 인수봉 아래의 골짜기는 음지라서 그런지 눈이 많이 쌓여 있다.

 

14. 영봉에서 육모정 고개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내려다본 도선사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