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2014년 1월 1일 신년 산행 - 회룡역에서 수락산과 불암산을 거쳐 상계역까지

빌레이 2014. 1. 1. 21:01

갑오년(甲午年) 새해가 밝았다. 재래의 문물제도를 버리고 근대 서양의 법식을 본받아 새로운 국가체제를 확립하려 했던 1894년의 갑오개혁이 먼저 떠오른다. 그로부터 육십갑자(六十甲子)가 두 번 돌아 120년이 흘렀다.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보면 비교적 짧은 기간이지만 120년 전과 지금의 현대 사회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문명의 발달 속도가 마치 산에서 굴러 떨어지는 돌덩이가 최고의 가속력를 보이는 막바지 시대를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생각은 공허하고 부질없다. 별로 중요할 건 없지만 십이 간지로 말띠인 나의 해가 도래했다는 사실이 더욱 피부에 와닿는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서는 나를 보고 "우리 아들은 말띠라서 펄펄 뛰어다녀야 할 팔자를 타고 났다"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돌이켜보면 그런 말씀이 별반 틀린 것 같지는 않다. 휴일이면 산에 가야 마음이 편해지는 요즘의 일상이 단적인 예다. 새해 첫 날도 어김없이 대문 밖을 나서서 산으로 향한다. 회룡역에서 출발하여 동막골을 거쳐 수락산을 오른다. 포근해진 날씨에 불어오는 바람이 신선하다. 겨울의 칼바람이 아닌 봄바람처럼 시원한 바람이다. 도정봉으로 이어지는 호젓한 산길은 언제 걸어도 편안하다. 군데군데 눈길이라 아이젠을 착용하고 스틱을 사용하여 안전하게 걷는다. 도정봉에서 기차바위를 우회하여 정상이 보이는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는다.

 

오랜만에 함께 한 영신이 형과 그간 궁금했던 얘기 나누며 산행하는 기분이 좋다. 예전에 같이 여러 산들을 누비고 다녔던 추억을 떠올리니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수락산 정상인 주봉을 지나 수락 주릉의 철모바위, 코끼리바위, 하강바위, 치마바위를 차례로 지나서 불암산으로 이어지는 덕릉고개로 향한다. 덕릉고개를 건너자 마자 불암산 둘레길을 따라 걷다가 상계역 방향으로 하산하여 산행을 마무리한다. 도란도란 얘기하며 꽤 긴 시간을 걸었지만 피곤하지 않고 시종일관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던 산행이었다. 올 한 해의 등반과 산행도 오늘처럼 마음 편한 여정이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