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癸巳年)이 저물어 갑니다. 바위 틈으로 숨어드는 뱀이 꼬리만 살짝 남겨둔 것처럼 2013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주말 산행지로 도봉산을 찾습니다. 망월사역에서 출발하여 원효사 우측 능선을 따라 오릅니다. 일기예보는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라고 호들갑을 떱니다. 하지만 산행하는 내내 별로 추위를 느끼지 않습니다. 눈은 녹지 않아 얼어붙은 산길이지만 아이젠을 착용하고 걷는 발걸음이 상쾌합니다. 예전엔 자주 다니던 원도봉 지역이지만 근래엔 발길이 뜸했습니다. 저절로 옛 생각이 납니다. 추운 날씨라는 예보 탓인지 도봉주릉에 올라서도 평소의 주말에 비해 산객들이 적어 등로가 한산해서 좋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포대 정상에 올라섭니다. 조망이 그 어느 때보다 시원합니다. 산불감시 카메라와 전망 데크가 설치된 걸 이제서야 코 앞에서 봅니다. 포대능선 정상에 서 본 것이 적어도 오륙 년은 지난 듯합니다. 분재처럼 멋진 자태를 지닌 작은 소나무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바위에 단단히 뿌리 내린 그 생명력이 경이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3년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좋은 일들로 가득찬 한 해를 보냈다는 감사함이 밀려옵니다. 등반 활동도 그 어느 해보다 만족스러웠습니다. 알프스에서 꿈에 그리던 알파인 등반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차근차근 준비해서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간 암벽 등반도 안전하고 즐겁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갑오년(甲午年) 새해의 등반도 포대 정상의 의연한 소나무처럼 항상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 오랜만에 만난 포대 정상의 소나무. 그 자태가 여전히 아름답다. 저 멀리 자운봉과 연기봉 사이의 소나무가 어미 나무 같이 바라보고 있다.
2.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라지만 햇볕이 좋아 별로 춥지 않다. 화면 가운데 원효사 지붕이 보인다. 그 우측 우람한 바위 능선을 오른다.
3. 도봉주릉 초입의 산불감시 초소에서 내려다본 망월사와 다락능선.
4. 올라온 왼편 능선길을 내려다 본다. 의정부 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5. 도봉산 주능선이 이어진다. 저 멀리 도봉산 정상인 자운봉과 그 앞의 포대 정상의 산불감시 카메라가 아스라히 보인다.
6. 눈 덮인 포대 정상이다. 참 오랜만에 올라본다.
7. 가스가 올라오기 시작하지만 비교적 선명한 조망이다. 사패산의 대머리봉부터 걸어온 도봉주릉이 한 눈에 보인다.
8. 포대 정상부에 설치된 산불감시 카메라와 전망데크. 그 아래로 계단도 설치되어 겨울철에도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9. 이어지는 도봉주릉 너머로 북한산의 실루엣도 잘 보인다.
10. 하산은 만월암이 있는 계곡길을 택한다.
11. 도봉산 정상부를 이루고 있는 자운봉과 만장봉의 모습은 언제 어디서 보든 일품이다.
12. 하산길에 마주한 선인봉 암벽도 나목들 사이로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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