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우영 선생의 <초한지>를 다시 읽다

빌레이 2012. 1. 10. 11:57

2005년 봄에 고우영 선생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을 정도로 나는 그의 만화를 좋아한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고우영 선생의 작품은 <삼국지> 10권, <수호지> 15권, <초한지> 8권이다.

이 중에서 <수호지>는 완간이 아니라서 선생의 죽음이 더욱 애석하게 느껴진다.

수술 이후의 가료 기간 동안 <초한지>를 다시 읽게 되었다.

만화책도 정독해야하는 습관때문에 전 8권으로 이루어진 <초한지>를 완독하는 데에 근 열흘이 소요되었다.

한 장 한 장을 음미하며 읽고싶을 정도로 고우영의 <초한지>는 재미있다.

고우영 선생 특유의 통찰력으로 원전을 재해석하여 멋진 그림 솜씨로 펼쳐낸 <초한지>는

선생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분명 새로운 명작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사나이다운 지조와 용맹함으로 정공법만을 고집하는 초나라의 항우와

이기기 위해서는 갖은 술책과 속임수를 마다하지 않는 한나라 유방의 대비를

과장되게 표현한 고우영 선생의 해학과 유머 감각이 기발하다.

객관적인 능력면에서 부족할 수 밖에 없었던 유방이 천운을 등에 업고 승리자가 되지만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고우영의 <초한지>는 잘 보여주고 있다. 

삼국지의 재갈공명과 같은 존재인 한신의 활약상은 <초한지>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한나라 유방에게 최후의 승리를 안겨준 한신이지만 유방의 끝없는 탐욕 때문에

결국은 그의 손에 죽고마는 한신의 생애는 많은 것을 생각케한다. 

 

1. 고우영 선생은 이름에 "우"자가 있다는 이유로 항우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믿거나 말거나..ㅎㅎ

 

2. 펜으로 잉크 찍어가며 한 획 한 획 정성들여 그렸을 고우영 선생의 만화는 예술작품 감상하는 맛이 있다..

 

3. 고사성어 "사면초가"로 유명한 대목... 한나라의 한신과 장량은 신출귀몰의 전략가였다..

 

4. 패배를 모르고 살던 싸나이 중의 싸나이 항우의 마지막이 서서히 다가오는 장면... 역발산 기개세 항우도 결국은 패한다..

 

5. 일본에 미야자끼가 있다면 우리에겐 고우영 선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