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설레이며 어떤 일을 한다는 게 요즘은 참 힘들다.
삶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나이도 들어가면서 찾아오는 현상이다.
책을 읽는 것도 그렇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예외가 생겼다.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
산악문학에 대한 서평일 수도 있고, 독후감으로 볼 수도 있는 책이다.
내게는 또 하나의 훌륭한 산악 에세이처럼 보인다. 그래서 가슴 벅찬 감동으로 읽힌다.
전문 산악인들의 얘기지만 산을 좋아하는 이들은 누구나 빠져들만큼 재미있다.
문학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는 내게는 오아시스 같은 책이다.
두고두고 아껴서 읽을 것 같다. 책 속에 소개된 문학 작품들을 하나 하나 찾아서 읽고 싶다.
라인홀트 메스너의 <죽음의 지대>를 이해할 것 같다.
가스통 레뷔파의 <별빛과 폭풍설> 속에 있는 알프스 사랑을 느껴보고 싶다.
등정주의에서 등로주의를 주창하면서 머메리즘을 창시한 지식인 등반가 앨버트 머메리를 닮고 싶다.
그가 남긴 말 "길이면 가지 말아라"가 신선한 감흥으로 남는다.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고상돈이 했던 말
"여기는 정상, 더 오를 곳이 없다"가 사실은 우리나라 산악문학의 거봉 김장호 동국대 교수의
시구였다고 한다. 원정대의 훈련대장이었던 김장호의 <장호 산시집>을 구입해야겠다.
그가 남긴 말 "길이 끝나는 데서 등반은 시작되고, 글이 끝나는 데서 시는 시작된다."
내공이 담긴 무게 있는 말이다.
주말에 산에 가는 것이 습관에 젖은 것이라면 이 것도 매너리즘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산에 오르는 것이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어서는 박진감 있는 소설이 좋았다. 이제는 모나지 않은 시가 좋다.
그래서 예전엔 쳐다보지 않았던 김남조 시인의 시집을 두 권 샀다.
시인의 순수함으로 관조하며 실천하는 기독교적 세계관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아내는 내가 많이 변했다고 한다. 책 고르는 취향이.
발명가 에디슨은 시를 자주 썼다고 한다. 창조력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단다.
요즘엔 나도 무척이나 시를 쓰고 싶다. 그러나 잘 되지 않는다.
아내는 한 가지만 잘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잡다한 것이 좋다.
그래서인지 관심있는 모든 면에서 일류가 되지는 못한다.
나는 삼류 수학자다. 수학이 좋아서 선택한 것이고 직업이 되었다.
수학을 잘해서 선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류나 이류 수학자가 못 되었어도 나쁘지는 않다.
그렇지만 나의 수학은 여전히 진행형이어서 희망은 있다.
수학을 더 잘하기 위해서 산과 문학에 대한 관심을 떨쳐버리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도 나는 여전히 산에 갈 것이다. 시도 열심히 써볼 작정이다.
그래서 <마운틴 오딧세이>에서 느낀 재미와 가슴 설레임을 체험할 것이다.
등산에 따뜻한 인간 관계와 우리네 인생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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