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미래지향적으로 살아야 한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앞을 보며 전진할 때 발전이 있다.
우리네 삶이란 두바퀴로 가는 자전거란 생각이 든다. 페달을 뒤로 돌려봐야 헛바퀴만 돌고마는 자전거처럼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부지런히 페달을 돌려야 넘어지지 않고 전진할 수 있는 것도 우리 생이 자전거와 닮은 점이다.
앞만 보고 달리는 자전거라도 잠시 멈추고 쉬면서 오던 길을 굽어보는 것은 휴식 시간의 커피 한 잔처럼 삶을 향기롭게 해준다.
2010년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 같은 날이 살아온 한 해를 차분히 돌아보며 반성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하기 좋은 시간이다.
나의 2010년은 특별하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맘 편히 일년을 쉴 수 있는 안식년을 보냈기 때문이다.
남들에 비해 딱히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이라 할 수는 없겠으나 내게 주어진 안식년을 잘 보내고 싶었다.
내가 하는 연구에 대한 시야도 멀리서 관조하며 그 폭을 넓히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구년 전 연구소 근무시절 유럽과의 공동연구를 위해 파견 근무를 했었다. 그 벨지움에 다시 방문했던 건 참으로 기쁜 일이었다.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푸근함을 이국 땅에서도 느낄 수 있음을 깨달았다.
방문교수 자격으로 돌아온 나를 현지의 연구소 친구들은 오랜 지기처럼 대해주었다.
중세 시대의 숨결을 몸으로 체험한 루벤대학의 게스트하우스 생활도 특별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벨지움 곳곳을 기차타고 다니며 도보여행이나 트레킹을 즐겼던 시간도 결코 잊히지 않을 소중한 기억이다.
등산에 있어서 값진 경험을 많이했다. 등산학교에서 암벽등반을 배우고 중국과 유럽알프스 트레킹을 다녀왔다.
빙벽등반도 경험했으니 2010년은 나에게 산에 다닌 이후 가장 크게 나의 지평을 넓힌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간의 산행 경력을 토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혼자 결행한 8박9일 동안의 알프스 트레킹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지금까지도 샤모니와 쩨르마트 주변 알프스 산군의 파노라마가 뇌리에 생생할 정도로 지난 유월의 기억은 강렬하다.
알프스에 간 것을 빌미 삼아 인연을 맺은 등반가 허긍열 씨와 서로 알고 지내며 등반도 함께 했다는 점도 소중한 자산이다.
호도협과 옥룡설산 트레킹은 이색적이긴 했지만 알프스에 대한 인상에 비하면 그리 좋다고 할 수만은 없는 것이었다.
유럽과 중국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중국 트레킹은 그다지 권해주고 싶지는 않다.
등산학교 암벽반에서 새로운 산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과 같이 등반할 수 있었던 것도 아주 감사한 일이다.
암벽반 졸업 후 악우들과 올랐던 인수봉, 오봉, 월출산 사자봉, 설악산 한 편의 시를 위한 길, 몽유도원도, 유선대,
춘천의 춘클리지, 수락산 내원암장, 북한산 수인암장, 불암산 한성대암장 등에서의 등반 활동은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설레임과 함께 많은 면에서 내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룻밤이 지나면 2011년이 된다.
무릎 인대를 다친 탓에 신년 일출 산행도 가지 못한 채 방 안에서 티브이로 새해 일출을 맞이할 듯 싶다.
몸에 조그마한 고장이 날지라도 좋아하는 산에 갈 수 없으니 새해에는 건강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할 일이다.
직장에서는 학과장이란 중책을 떠맡았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더욱 낮은 자세로 학생들과 동료 교수들을 섬길 일이다.
겨울 동안 이루어질 등산학교 빙벽반 교육에서도 안전하고 도전적이며 유익한 경험을 많이 축적하고
좋은 인간 관계와 팀워크 엮어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