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걷기의 즐거움

빌레이 2010. 11. 30. 11:29

등산을 좀 하다보니 걷기에 자신이 생겼다. 예전엔 당연히 교통 수단을 이용하던 거리도 웬만하면 걷게 된다.

어제는 일상 속에서 많이 걸었던 하루였다. 아침에 북한산 둘레길을 따라 출근했다.

눈이 제법 쌓인 산길을 걸으니 기분이 상쾌하다. 조금은 쌀쌀한 겨울 날씨가 걷기엔 오히려 좋다.

 

계절은 어김없이 겨울로 향한다.

산길을 덮고 있는 눈이 계절을 실감케 한다. 친구가 그리운 날이다.

오후에 친구들과 만날 약속을 한다. 인천, 정신, 은경이를 종로5가에서 만나기로 한다.

신촌에서 만날까 했는데 정신이 왈 "산악인들은 종로5가에서 만나야지". 지가 언제부터 산악인이라고 ㅎㅎ.

 

국민대에서 종로5가에 가려면 버스로 길음역에 나가서 지하철 타고 동대문에서 갈아타야 한다.

문득 걸어서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런던 시내도 거의 걸어서 여행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두 시간 정도 걸을 요량으로 학교를 출발한다. 북악스카이웨이로 향하는 언덕길을 오른다.

등산을 좋아하다 보니 오르막길이 오히려 더 반갑다.

 

고개길을 넘어 성북동 외교관 주택단지 골목길로 접어든다.  

좌우로 멋진 저택들을 구경하며 걷는 내리막길이 한적해서 좋다.

나는 언제 이런 집에서 살아보나 하는 괜한 생각도 해본다.

내리막길을 다 내려온 평지엔 성북동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로 지나치면서 참 잘 지어진 건물이라 생각했던 곳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붉은 벽돌집으로 지어진 성당 건물의 아름다움을 감상한다.

이제 서울과학고와 경신고 사잇길 고개를 넘는다. 그 길을 곧장 가니 혜화동로터리에 이른다.

혜화동에서 대학로따라 직진하면 종로5가에 도착한다.

너무 일찍 도착할 것 같다는 생각에 로터리에서 잠시 빈둥댄다.

 

롯데리아에 들어가 화장실을 이용한다.

해외여행 할 때 맥도널드 화장실을 자주 이용했던 노하우가 생각난다.

젊은 시절 많은 추억이 서려있는 대학로를 통과하여 종로5가역으로 향한다.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이면 국민대에서 종로5가역까지 걸어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종로로 가는 길 중간에 기독교회관이 보인다. 그 건물 일층의 서점에서 30여분을 놀다가 기념품 하나를 산다.

마터호른 밑의 조그만 교회가 인상적인 앤틱 액자이다. 오늘 아침 연구실에 장식해 놓으니 괜찮다.

친구들과 반갑게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마시며 얘기 꽃을 피우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좋다.

많이 걷고, 걸으면서 생각하며, 친구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낸 어제 하루가 선물 같은 감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