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어떤 일을 당했을 때 그 일을 빨리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것이 좋다.
무릎 인대가 다쳐 바깥 출입을 못하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좋게 생각하면 몸이 아픈 일에도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야 나을 상처이고 보면 집안에서 재미 있고 유익하게 보낼 일들을 강구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이다.
조금은 갑갑한 집안 생활을 즐기는 데에 독서만한 것이 없다. 그동안 읽다만 책들부터 독파하기로 한다.
책을 산 후 틈틈이 읽은 탓에 430여 페이지의 두툼한 양장본으로 나온 <한국 바위 열전>의 절반 정도 되는 부분에 책갈피가 있다.
어제부터 오늘 오전까지 읽으니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겼다. 다 읽고난 후의 뿌듯함과 다시 암벽에 붙었다 온 듯한 느낌이 동시에 밀려온다.
산악 사진가로 유명한 손재식씨가 인수봉과 선인봉 바윗길에 대한 초등 기록을 탐구한 책이 바로 <한국 바위 열전>이다.
암벽등반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내게 아직까지 동경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 바윗길에 관한 기록은 흥미진진할 수 밖에 없다.
일반인들에게 유명한 고산등반가들보다 훨씬 위대하고 순수해 보이는 강호의 숨은 고수들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1930년대 한국 등반사에 선구자적 역할을 한 김정태와 엄흥섭부터
1960년대와 70년대에 인수봉과 선인봉의 루트를 개척했던 등반 선배들의 훈훈하고 도전적인 면면들이 잘 표현되어 있다.
선우중옥, 박영배, 구인모, 정호진, 백인섭, 이용대, 송준호 등 시대를 앞서간 알피니즘의 선배들을 만날 수 있다.
죽음마저도 숙명으로 받아들였던 그들의 몸짓이 시원한 암벽등반 사진과 함께 책 구석구석에 녹아들어 있다.
요델, 검악, 크로니, 우정 등의 산악회와 한양대, 연세대, 서울대 등의 대학산악부가 펼친 루트 개척기는 정말 재미있다.
저자가 직접 인수와 선인의 대표적인 루트들을 초등자들과 함께 등반하며 취재하고 사진 찍으면서
글과 함께 담아낸 작품이 <한국 바위 열전>이란 이름으로 남았다.
우리가 오르는 바윗길에 관한 스토리를 알고 난 후에 그 길에 붙는다면 그 느낌은 분명 이전과 다를 것이다.
서울 근교의 북한산과 도봉산의 대표적 암봉들인 인수봉, 선인봉, 우이암, 주봉에 오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강권하고 싶다.
기록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록의 중요성과 역사성 차원에서도 이 책은 가치 있는 것이다.
인수봉 초등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기록이 희미하여 영국인 아처에게 그 영광을 헌납해야 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1. 무릎을 다친 요즘 나의 놀이터는 이 책상이다..
2. 책장 앞에서 포즈를 취해봤다.. 요즘 사진에 흥미를 보이고 있는 중딩 딸이 찍어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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