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스마이드(Frank S. Smyth)의 명저 <산의 영혼>은 오랫 동안 내 근처를 맴돌았다.
박진감 넘치는 소설도 아니고 현장의 긴장감이 감도는 산행기록도 아니어서 단숨에 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의 영혼>은 스물 세 편의 주옥 같은 산문들로 이루어져 있다.
김장호의 알파인 에세이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가 연상되는 책이다.
책 속의 산문들 한 편 한 편이 철학책이나 명상록을 읽는 것 같은 진중함이 느껴진다.
많은 책들이 우리가 산에 오르는 이유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나는 <산의 영혼>만큼 멋지고 완벽하게 등산 행위를 고찰한 글을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시간 날 때마다 정독을 하느라 읽는 데 몇 개월이 소요 되었지만 앞으로도 종종 손이 갈 듯한 책이다.
소설가 안정효의 번역도 수준급이다.
<산의 영혼>을 읽고 난 후의 산을 대하는 마음은 그 이전과 분명 달라짐을 느낀다.
우리가 등반의 기술이나 요령만을 익히는 것에 머무르지 않아야할 이유를 이 책은 보여준다.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35년도에 이 책의 초판이 발간되었다.
그 해는 일제치하에 있던 우리 나라의 인수봉이 초등된 때이기도 하다.
그렇게 오래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산의 영혼>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명문장들로 가득차 있다.
사실 매 페이지마다 밑줄 긋고 새겨 두고 싶은 글귀들로 가득차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산에 한 두 해 다니고 말 사람이 아니라면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마지막 매듭 부분에 저자가 쓴 글을 인용해보고자 한다.
"산을 오르겠다는 단순한 욕망 이외에도
만일 산에 대한 어떤 느낌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는 산에 대해서 싫증을 느끼지 않는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은 산을 오르기 보다는 그냥 산 속에 있기를 더 좋아한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걷기의 즐거움 (0) | 2010.11.30 |
---|---|
알프스에서 온 엽서 (0) | 2010.11.10 |
샤모니 알파인 등반가들에 대한 회상 (0) | 2010.08.23 |
허긍열의 <해골바위> (0) | 2010.07.14 |
알프스의 교회들 (0) | 2010.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