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월요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어 6일 동안 길게 이어지는 설날 연휴의 첫날이다. 어머니의 상경으로 고향집에 내려가지 않아도 되는 명절이라서 마음은 한결 가볍다. 서울을 빠져나가는 차량들의 교통 정체가 불 보듯 뻔한 일이니 멀리 가지 않고 집에서 가까운 불암산을 오르기로 한다. 상계역에서 출발하여 따스한 겨울 햇살을 마음껏 쬘 수 있는 봉우리로 향하던 중 그 봉우리 바로 아래에 자리한 '대학암장'을 우연찮게 발견한다. 한번쯤은 찾고 싶은 곳이었는데 이참에 확실한 위치를 알 수 있어서 마음이 개운해진다. 작은 봉우리 꼭대기의 마당바위에 둘러앉아 아낌없이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자니 세상 부러울 것이 전혀 없다. 대학암장을 둘러본 직후라서 그런지 악우와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클라이밍으로 이어지고, 내가 요즘 탐독하고 있는 에릭 J. 허스트가 쓴 책 <클라이밍 트레이닝>의 내용을 설파하면서 휴식 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진다.
불암사 우측 슬랩에서 이어지는 릿지코스를 올라보기로 하고 천보사를 거쳐 불암사 아래의 주차장까지 내려선다. 하산길에서 맞은편에 선명히 보였던 애기봉에 먼저 오르기로 한다. 처음 밟아본 애기봉 정상은 그 이름만큼이나 귀엽고도 앙증맞은 자태를 간직하고 있다. 정상의 바윗턱에서 안온한 점심시간을 갖고 릿지길을 통해 불암산 정상까지 오른다. 중간에 '에이스 교육암장'도 처음으로 구경하고, 정상 동편의 익숙한 슬랩도 오랜만에 밟아본다. 잔설이 남아 있는 구간에서는 더욱 조심스레 진행하면서 도착한 정상 코앞의 테라스에서 한숨 돌리는 순간의 기쁨은 여전하다. 수십 번 오르내렸던 불암산이지만 처음 밟아본 구간이 있어서 더욱 즐겁고 새로웠던 오늘의 산행이었다. 같은 산이라도 시간에 따라 다른 선물을 안겨주는 자연의 신비로움은 우리의 정신과 신체를 일깨워 준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항상 새로움을 추구해야 할 가치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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