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방조제가 완성된 후로 육로를 통해 들어갈 수 있는 고군산군도는 진즉부터 한번은 가고싶은 여행지로 내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전북 군산시의 유명한 관광지라서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긴 하지만 드라이브가 아닌 두 발로 걸어서 선유도 일대를 구경하고 싶었다. 어제는 흐리고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고창의 할매바위에서 온몸이 뻐근할 정도로 빡세게 등반했다. 오늘까지 암벽등반을 계속해야할 의욕이 넘치지 않으니 이참에 고군산군도 트레킹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고창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서울로 올라가는 경로 상에 있는 군산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격이니 별다른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직선으로 쭉 뻗은 새만금방조제와 주탑이 인상적인 고군산대교를 지나서 무녀도와 선유도를 잇는 선유대교 직전의 주차장에 차를 남겨두고 걷기를 시작했다. 선유대교를 건너서 선유1구 마을의 해변데크산책로를 따라 옥돌해변에 닿은 후, 구불길 이정표를 따라서 선유봉에 올랐다. 멀리서 볼 때부터 세계적인 암벽등반지가 부럽지 않을 절벽미로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선유봉 일대의 암릉미는 가히 일품이었다. 좌우가 깍아지른 절벽인 암릉 위를 등반할 때는 살짝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선유봉 정상에서 눈앞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고군산군도의 이색적인 풍광을 구경하면서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커피타임을 가졌다. 자칫하면 바다로 곤두박질칠듯한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스레 내려와서 장자대교를 건너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보인 장자도에 들어섰다.
장자도관광안내소에서 잠시 볼일을 보고 대장도로 넘어가서 우뚝 서있는 대장봉 정상을 다녀왔다. 대장봉 등산로는 선유봉과는 달리 누구든 오를 수 있는 계단길로 잘 조성되어 있었다. 다시 장자도로 돌아와서 호떡 하나를 사서 먹고 에너지를 보충한 후에 장자교스카이워크를 건너서 선유도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선유대교에서부터 시종일관 눈길을 끌었던 망주봉을 둘러보면서 암벽루트도 찾아보고 싶었으나 입산이 금지되어 선유3구를 지나는 둘레길로 망주봉 일대를 한바퀴 도는 데에 만족해야 했다. 선유도 관광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선유2구의 버스정류장에서의 간식타임 또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엉덩이가 따뜻한 벤치에 사방이 투명한 유리로 막혀서 찬바람을 차단해 준 버스대기실이 최고의 카페였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선유도 일대를 두 눈에 원없이 담을 수 있었던 5시간 동안의 뜻깊은 선유도 트레킹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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