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호수를 품고 있는 포천 명성산은 예전부터 내가 자주 오르던 산이다. 가을철이면 정상부의 억새평원과 산정호수 주변의 단풍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산이지만, 나는 명성산이 품고있는 암벽과 폭포들 뿐만 아니라 시원한 조망과 함께 길게 이어지는 주능선의 장쾌한 풍모를 좋아했다. 그래서 특별한 계절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코스로 수 차례 올랐던 추억이 깃든 산이다. 겨울이면 여러 빙폭에서 빙벽등반을 즐길 수 있는 명성산이고 보면 병풍처럼 펼쳐진 슬랩에 암벽등반 루트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근자에 책바위 부근과 자인사 위의 바위에 등반 루트가 개척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언젠가 한번은 올라봐야지 하는 생각을 마음 속에 품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내의 개나리, 벚꽃, 목련 등속을 비롯한 봄꽃들이 일제히 만개한 4월의 첫 주말에 명성산의 대표적인 멀티피치 바윗길인 '호수에 빠진 시'를 5명의 악우들이 함께 등반했다. 서울에 비해 다소 철이 늦은 북쪽인 탓에 자인사를 거쳐 바윗길 초입에 이르는 등로 주변은 이제서야 진달래와 생강꽃이 제철이었다. 총 7피치의 바윗길은 대부분 어렵지 않은 슬랩이었고, 마지막 피치만 힘을 좀 써야 하는 직벽의 크랙 구간이었다. 등반 출발점으로 하강하여 좌측에 있는 '억새와 연가랑' 루트도 오르고 싶었으나, 우리 뒤를 따라 급하게 올라오던 팀이 소속된 대규모 산악회에서 두 루트를 모두 점령하는 바람에 예상보다 일찍 하산할 수 밖에 없었다. 나들이 하기 딱 좋은 날씨 속에서 남은 시간엔 봄소풍 나왔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산정호수 둘레길을 산책하면서 여유로운 뒷풀이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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