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인수봉 '산천지길' - 2023년 10월 29일(일)

빌레이 2023. 10. 29. 20:03

'캐리(CARI, Climbing of All Routes in Insu peak)' 프로젝트는 인수봉 바윗길 전체 루트를 동벽 맨 우측의 '심우길'부터 차례로 완등해 보자는 우리들의 약속이다. 2020년 봄 시즌부터 기범씨와 함께 시작한 캐리는 2021년 여름에 '여명길'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으나, 2022년 한 해를 거르게 되었다. 올 가을에 '우정B' 루트를 등반함으로써 캐리는 다시금 부활하여 그 명맥이 이어지게 되었다. 어제 노적봉 등반을 위해 도선사 앞에서 잠시 대기하던 중에 인수봉으로 등반교육을 하러 출발하는 기범씨를 먼 발치에서 보고 서로 아는 체를 했었다. 곧바로 전화 통화가 이어졌고 오늘 등반에 대한 잠정적인 약속이 이루어졌다. 저녁 때가 되어 기범씨는 캐리의 다음 순서인 '산천지길'을 등반하자는 연락을 주었다. 은경이와 은숙씨가 함께 하여 네 명의 악우들이 오붓하게 산천지길을 올랐다.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더없이 좋은 계절에 마음 통하는 악우들과 함께 인수봉 바윗길에 붙어 있는 매 순간이 행복이었다. 앞으로도 오랫 동안 우리들의 소중한 캐리가 계속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인수봉으로 가는 길은 단풍이 끝물이었다. 어제 노적봉 아래의 단풍이 절정이었다.
▲ 어제보다는 조금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취나드B' 코스 출발점에서 등반 준비 중이다.
▲ '취나드B' 루트 첫 피치가 만원이어서 좌측 슬랩으로 단 번에 오아시스까지 올랐다. 물길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미끄러웠다.
▲ 오아시스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산천지길'을 출발하기 직전이다.
▲ 기범씨가 산천지길 1, 2피치를 단 번에 올랐다.
▲ 2피치 세로 크랙까지는 그런대로 올랐는데, 크랙이 끝나고 페이스가 시작되는 구간은 내 실력으로는 자유등반이 불가했다.
▲ 산천지길 2피치 확보점이다.
▲ 산천지길 3피치 초반부의 크랙 구간이 애매했다. 벙어리성 홀드여서 밸런스 잡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 산천지길 바로 좌측엔 '패시'와 '봔트'길이 이어진다.
▲ 산천지길 3피치 후반부는 슬랩을 트래버스 하는 구간이다.
▲ 산천지길 4피치 상단부의 크럭스 구간을 기범씨가 선등 중이다.
▲ 산천지길 4피치는 초반 우측으로 진행하다가 좌측으로 꺽어진 후에 다시 밴드로 진입하는 등반선이다.
▲ 4피치 밴드의 턱을 넘어서고 있는 중이다.
▲ 4피치의 크럭스 구간은 볼트따기로 통과할 수 밖에 없었다.
▲ 4피치 확보점에서 후등자 확보 중이다.
▲ 기범씨가 마지막 5피치를 선등하고 있다.
▲ 5피치는 슬랩이 이어지는 구간이다. 아래보다는 바위의 돌기가 살아 있는 느낌이었다.
▲ 산천지길의 마지막 확보점이 우측으로 보인다. 우리는 하강을 위해 '패시'와 '봔트'길의 확보점을 사용했다.
▲ 마지막 확보점에서 하강을 준비하는 중이다.
▲ 마지막 확보점에서 우측으로 본 풍광이다.
▲ 한두 코스를 더 등반하자는 기범씨의 제안이 있었지만 그늘진 동벽의 쌀쌀해진 기온에 등반 의욕이 나지 않아서 하강했다. 내려오면서 기범씨는 다른 팀이 회수하지 못한 캠을 제거하겠다고 올라갔으나 인건비를 건지지 못하고 내려와야 했다.
▲ 로프를 걸어 두기 편한 매듭을 기범씨가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