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무의도 하나개 암장 - 2023년 11월 4일(토)

빌레이 2023. 11. 5. 11:23

요즘 가을 날씨가 무척이나 변덕스럽다. 기상청의 일기예보는 실시간 중계방송처럼 시시각각 변한다. 주초의 예보 상으론 토요일에 비가 올 거라 했었다. 목요일 즈음부터 예보는 변하기 시작했다. 백령도 인근의 서해안은 비가 내리지 않을 게 확실해 보였다. 금요일 아침에서야 토요일 등반지를 무의도의 하나개 암장으로 결정하고 악우들에게 카톡으로 공지를 날렸다. 무의도 물때표를 확인해 보니 해벽에서 등반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만조 시각은 07시 58분과 19시 57분, 그 사이의 간조 시각은 14시 06분이었다. 오전 중에는 계속 바닷물이 빠져 나가고 저녁 때가 되어서야 다시 물이 차오를 테니 낮 시간 동안은 바닷물을 신경쓰지 않고 온전히 등반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소영씨와 은경이가 동행하여 '하나개월'에서 7개 루트, '호룡골'에서 3개 루트에 부지런히 매달렸다. 11월 날씨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포근한 기온은 한낮에 영상 20도에 이르러 등반하기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한 루트를 등반하고 내려오면 등에서 땀이 날 지경이었다. 아침 7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하여 8시 50분에 무의도 주차장에 도착했다. 암장에 들어설 땐 바닷물이 차 있는 상태여서 둘레길을 따라서 접근했다. 오후 5시 무렵에 등반을 마무리하고 주차장으로 귀환할 때까지 바닷물은 차오르지 않았다. 석양의 낭만적인 기운이 감도는 드넓은 해변을 걸어서 아침보다는 편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날씨부터 물때와 해벽의 상태 뿐만 아니라 함께 한 악우들의 등반 능력까지 모든 조건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환경에서의 하나개 해벽 등반이었다. 이 모든 행운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 암장에 도착하여 베이스캠프를 차릴 때까지는 바닷물이 발 아래에서 찰랑대고 있었다.
▲ 새로 장만한 '로프 브러쉬'를 사용하여 등반 전후에 로프를 청소해 주니 마음이 개운했다.
▲ 하나개월의 '수호천사(5.9)' 루트부터 올랐다.
▲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의 첫 루트 등반은 항상 부담스럽다. 데크길을 오가면서 클라이머들을 구경하는 관광객들이 유난히 많았다.
▲ 부담스런 첫 루트 등반임에도 '수호천사'를 군더더기 없이 완등했다.
▲ '수호천사' 좌측의 '청중(5.10c)' 루트는 톱로핑 방식으로 등반했다. 초반에 완력이 필요했지만 무리 없이 완등했다.
▲ '청중' 바로 왼쪽의 '은반(5.10b)' 루트는 톱앵커가 불분명했다. 톱로핑으로 잠시 붙어 보았는데 등반선을 잘 못 찾았다.
▲ '청중'과 '은반'은 톱앵커를 공유하는 듯했다. 예전의 개념도로는 사진 속의 내가 등반하고 있는 지점 부근에 '은반' 루트의 톱앵커가 있어야 한다.
▲ '새솔(5.10a)' 루트를 오르고 있다. 초반의 오버행 구간을 돌파하는 게 재미 있었다.
▲ 예전엔 톱로핑으로도 어렵게 올랐던 기억이 있는 루트인데, 오늘은 '새솔'을 비교적 가볍게 완등했다.
▲ '주목(5.10b)' 루트도 오르는 재미가 남달랐다. 오늘은 등반 컨디션이 그런대로 괜찮은 듯했다.
▲ '주목' 루트는 초반의 오버행과 수평 크랙이 이어지는 등반선이 특색 있었다.
▲ '주목'은 톱앵커 직전의 마지막 직벽 구간까지 오르는 재미가 있었다.
▲ 은경이와 소영씨도 모든 루트에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유연하게 등반했다.
▲ 데크길에서 가장 가까운 '별천지(5.10b)' 루트를 오르고 있다.
▲ '별천지' 루트는 세로 크랙이 손홀드로 양호해서 쉽게 오를 수 있었다.
▲ '2월 29일생' 루트를 오르고 있다. 첫 볼트를 넘어서는 구간이 살짝 까다로웠다.
▲ 우측의 '별천지'와 좌측의 '2월 29일생' 루트를 연속해서 완등했다.
▲ '정다운(5.10b)' 루트까지 완등하고 다소 늦은 점심을 먹었다.
▲ '정다운' 루트는 소영씨가 오르고 있는 출발 지점부터 오버행이고 첫 볼트가 좀 멀긴 하지만 홀드가 양호한 편이었다.
▲ 은경이가 '정다운' 루트의 초반부를 멋진 동작으로 올라서고 있다.
▲ 베이스캠프에서 오후 2시 즈음까지 한가로운 점심시간을 갖고 호룡골로 이동했다.
▲ 호룡골의 '무늬밭(5.8)' 루트를 오르고 있다. 식후 소화를 위한 등반 코스로 최적이라는 생각이다.
▲ '무늬밭' 루트를 등반 중일 때, 데크길에서 구경하던 사람이 내가 아줌마인지 아저씨인지를 물어 보았다. 빨간 바지를 입고 있으니 여자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웃으면서 아저씨라고 쿨하게 대답해 주고는 다시 등반에 집중했다. ㅋㅋㅋ
▲ 호룡골 초입에서 바라본 데크길 모습. 관광객들이 클라이머들을 구경하는 건 자유지만, 등반하는 사람들이 다 들리는 목소리로 떨어지면 죽는다든지 하는 얘기를 함부로 하는 행위는 삼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서로의 취미를 존중해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해벽 앞으로 길게 이어진 데크길이 귀중한 관광자원일 수는 있지만 너무 인공적인 시설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 '무늬밭' 확보점에서 내려다 본 호룡골 입구 모습.
▲ '황발이(5.9)' 루트도 가볍게 몸풀기 좋은 바윗길이다.
▲ '황발이' 루트의 상단부를 오르고 있다.
▲ '쑥붙이(5.10b)' 루트에 처음으로 붙어 보았다. 개념도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고난도의 루트처럼 보였다. '쑥붙이'는 갯벌에 서식하는 '쏙'과 유사한 갯가재인 '쏙붙이'의 방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 '쑥붙이' 루트의 셋째 볼트까지는 뒷벽을 이용해 스태밍 자세로 쉽게 올랐으나, 오버행 구간을 넘어서는 순간엔 상당한 담력이 필요했다.
▲ 오버행 아래의 확실한 언더 홀드를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은 턱 너머의 크랙을 움켜 잡은 채 긴장감 높은 구간을 잘 올라섰으나, 과한 힘을 쓴 탓인지 "테이크"를 외치는 바람에 온사이트 완등을 놓치고야 말았다.
▲ 그래도 한 번의 "테이크" 후에 톱앵커에 줄을 걸 수 있어서 만족감은 컸다.
▲ 악우들이 톱로핑으로 '쑥붙이'를 완등한 후에 나도 다시 붙어서 연속 동작으로 완등한 후 오늘의 등반을 마무리 지었다. 다시 오를 때 제법 큰 낙석이 있었다. 해벽에서는 낙석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 오후 5시가 가까워질 무렵엔 희미하나마 석양 빛이 감돌았다.
▲ 호룡골 좌측의 '샛골'에도 오르고 싶은 루트가 있었으나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 등반을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바닷물이 차오르지 않아서 평평한 해변을 걸어서 편하게 주차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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