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노적봉 '오아시스의 미인길' - 2023년 10월 28일(토)

빌레이 2023. 10. 28. 19:58

주말 날씨예보가 모처럼 화창하여 대둔산으로 1박 2일의 등반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주중의 사정이 여러모로 녹록치 않았다. 무엇보다 주초부터 아프기 시작한 무릎 상태가 문제였다. 극심했던 오금 통증으로 오른쪽 무릎을 굽히는 게 고통스러웠다. 다행스럽게도 목요일 즈음부터 무릎 상태는 호전되기 시작했다. 금요일 오전에는 주말 등반이 가능하리란 희망이 생겼다. 오랜만에 노적봉의 '오아시스의 미인길'을 올라보기로 결정했다. 실내암장에서 같이 운동하던 성배씨가 합류하여 처음으로 함께 줄을 묶게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한산했던 노적봉의 바윗길에서 마음 통하는 악우들과 함께 아주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등반을 즐겼다는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하루였다.    

 

▲ 어프로치 중간에 바라본 노적봉이 아침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티끌 하나 없는 가을 하늘이 감사했다.
▲ 노적봉 중앙벽 아래의 단풍이 가장 선명했다.
▲ '오아시스의 미인길' 출발점에서 로프를 묶는 중이다. 성배씨가 포장도 뜯지 않은 70미터 새 로프를 준비해 왔다.
▲ 은경이의 든든한 빌레이를 받으면서 산뜻한 새 로프를 묶고 선등에 나서는 기분이 상쾌했다.
▲ 특별히 어려운 구간이 없어도 첫 피치는 항상 조심스럽다. 1피치는 35미터 거리이다.
▲ 1피치 확보점에서 바라본 원효봉과 염초봉 능선.
▲ 2피치는 짧게 잡목지대를 통과해서 슬랩 앞으로 이어진다.
▲ 3피치 등반선이다. 대체로 슬랩이지만 손홀드가 좋은 편이었다.
▲ 성배씨가 라스트로 3피치를 올라오고 있다.
▲ 4피치 등반선이다. 첫 볼트를 돌파하는 게 조금 까다롭고, 크랙에서 좌측의 슬랩으로 붙는 동작이 재미 있었다.
▲ 성배씨가 4피치 크럭스 구간을 유연한 동작으로 올라서고 있다.
▲ 5피치는 4피치 확보점에서 좌측 사선 방향으로 진행한다.
▲ 5피치 확보점에서 내려다 본 모습. 마지막 구간에서 크랙을 올라서는 것이 살짝 까다로웠다.
▲ 6피치를 출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 6피치 초반부의 디에드르형 크랙은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는다. 지금의 나로서는 자유등반이 불가능한 구간이다.
▲ 개념도 상에는 이 구간의 난이도가 5.10c로 기록되어 있지만 밸런스는 무너지고 홀드도 마땅치 않아서 자유등반은 불가능했다. 볼트 따기로 첫 볼트를 올라서서 쇠사슬이 걸려 있는 둘째 볼트에 클립하는 것도 키가 닿지 않아서 패닉을 사용해야 했다. 그 다음은 우측으로 넘어가서 아주 기분 좋은 포켓 홀드를 잡으면 더이상의 어려움은 없다.
▲ 6피치 확보점에서 내려다 본 장면.
▲ 7피치는 수평 단층으로 구성된 오버행 구간이다. 예전엔 레더를 사용해서 인공으로 돌파했던 곳이다.
▲ 7피치 상단부의 오버행 구간에 진입하여 홀드를 찾으면서 이번엔 자유등반 방식으로 내심 멋지게 돌파하고 싶었다.
▲ 오버행을 넘어서는 구간은 내가 생각해도 스스로 대견할만큼 홀드를 잘 찾아서 유연하게 돌파했으나, 막바지에서 슬랩으로 올라서는 한 동작을 참지 못했다. 슬랩의 미세한 홈을 손으로 누르면서 우측 하이스텝으로 올라서는 동작에서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다. 오금 통증의 여파 탓이었다.
▲ 라스트로 올라온 성배씨는 마지막 동작까지 깔끔하게 자유등반 방식으로 크럭스 구간을 돌파했다.
▲ 8피치는 정상 바로 아래까지 쉬운 슬랩이 이어진다.
▲ 8피치로 등반을 마무리 하고, 좌측으로 돌아서 정상에 오를 수 있으나 오늘은 껄끄러운 크랙등반이 하고 싶어졌다.
▲ 8피치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캠을 가져온 게 억울해서 마지막 9피치에서 사용했다. 우측으로 쏟아지는 형태의 크랙이라서 균형 잡기가 만만치 않은 구간이었다.
▲ 성배씨가 장비 회수를 위해 기꺼이 힘쓰는 등반을 마다하지 않았다. 배낭까지 메고 껄끄러운 크랙을 잘 올라섰다.
▲ 정상에 올라서서 내 배낭은 로프로 끌어 올렸다.
▲ 정상에 있는 마지막 확보점 모습이다
▲ 노적봉 정상에서 따스한 가을날의 햇살을 받으며 암벽화를 벗을 때의 후련함은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