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북한산 노적봉 써제이길 - 2023년 9월 9일(토)

빌레이 2023. 9. 9. 18:48

아침 저녁으로는 초가을답게 선선하고, 한낮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날씨다. 7시 정각에 우이동에서 일행들과 만나 노적봉 등반에 나서기로 한다. 주말 이른 아침에 우이동으로 향하는 경전철 안의 승객은 대부분이 등산객 차림이다. 지난 8월에 스위스에서 아침마다 알프스 트레킹에 나설 때의 풍경과 어딘지 닮아 있는 인상이다. 체르마트의 등산열차와 사스페의 버스 안은 아침 시간엔 거의 등산객들로 가득 찼었다. 아름다운 북한산 국립공원과 인수봉을 품고 있는 서울시 강북구도 어찌 보면 산악마을인 셈이다. 스위스의 유명 산악마을들 못지 않게 수 많은 등산 애호가와 클라이머들의 마음을 끌어 당기는 매력 넘치는 동네에 내가 살고 있다는 감사함과 은근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

 

도선사에서 용암문을 통해 노적봉 바윗길 앞까지 이어지는 북한산의 산길이 반가웠다. 파아란 초가을 하늘 아래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악우들과 함께 한 오랜만의 써제이길 멀티피치 등반이 더없이 즐거웠다. 우리팀 외에는 주변에 다른 클라이머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방의 어느 한적한 바윗길을 오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주변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손홀드로 잡히는 까칠한 화강암의 감촉이 듬직했고, 가끔 선선하게 불어주는 순도 높은 산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손발이 척척 맞는 악우들과 함께 한 등반은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산에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어서 하산길을 길게 잡았다. 대동문을 통해 구천계곡으로 내려오면서 탁족도 하고 수유리로 하산할 때까지 모든 순간이 만족스러웠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