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강촌 유선대 암장 - 2023년 9월 2일(토)

빌레이 2023. 9. 3. 09:41

안개 낀 강촌의 아침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준다. 편의점에서 테이크아웃으로 사온 따뜻한 아메리카노 커피의 향기를 음미하면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본다. 강선사 아래로 흐르는 북한강과 삼악산 줄기의 고요한 모습이 새삼 반갑다. 코앞에 보이는 밤송이의 토실토실 영글어 가는 모습이 탐스럽다. 벌써 가을은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인 듯하다. 이제 무더위도 한풀 꺽였으니 이번 가을 시즌의 즐거운 클라이밍을 위한 몸과 마음의 준비를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한다. 우선은 익숙한 유선대 암장에서 그동안 멀어진 바위에 대한 감각을 되살려 보기로 한다. 멀티피치 등반을 위한 시스템도 점검하면서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는 만족감이 남는다. 

 

주말 동안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들과 관련한 기분 좋은 소식이 많았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비유럽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영광스런 주장을 맡고 있는 손흥민 선수는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고향팀인 기아가 8연승을 내달렸다. 모두가 힘겨운 나날을 견디고 난 이후의 성적이라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나의 일상도 조금 힘겨웠던 시간을 어느 정도 견디고 난 이후라는 느낌에서 앞으로의 기대감과 희망이 상승하는 느낌이 좋다. 야생화 공원에서 본 메리골드의 풍성한 모습처럼 앞으로의 등반이 안전하고 즐겁게 무르익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