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공연 보기를 즐기는 딸아이로부터 어버이날 선물로 조용필 콘서트 티켓을 받았다. 요즘엔 광클이다 뭐다 해서 공연 티켓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콘서트는 가고 싶어도 정작 표를 구할 수 없으니 콘서트를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던 터라 여간 기분 좋은 게 아니었다. 더군다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용필의 콘서트가 아니던가. 몇 년만에 콘서트에 가보는지 모르겠다.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 들어와 본 지도 어언 30년 가까이 지난 듯하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은 조용필 노래의 광팬이기에 그동안 대중가수의 콘서트는 거의 조용필 콘서트만 다녔었다. 내 인생과 함께 한 조용필은 다른 가수에게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진한 감흥으로 언제나 나의 심금을 울려 주었기 때문이다.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 무대를 열었던 당시에 조용필의 공연에서 느꼈던 진한 감동은 지금까지도 나의 뇌리에 생생히 남아 있다.
1950년생인 조용필은 올해로 73세이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8번째 콘서트인 이번 공연은 그의 55년 가수 인생을 기념한 단독 콘서트라고 한다. 지금까지 봐오던 조용필 콘서트와는 달리 대단히 웅장하고 화려한 공연 무대였다. 불꽃놀이와 함께 '미지의 세계'를 열창하며 등장한 조용필의 첫 모습을 보는 순간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힘있는 목청으로 두 시간 내내 게스트 하나 없이 공연을 이끌어 간 조용필과 함께 어울린 시간이 지극히 행복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당시에 같은 무대에서 불렀던 '서울 서울 서울'을 다시 부르는 순간엔 나의 서울 생활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선명하고 거대한 무대 화면과 지축을 울리는 듯 풍부하고 우렁찬 사운드는 그 넓은 올림픽주경기장이 마치 아담한 실내 콘서트홀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오랜만의 콘서트 관람인지라 화려한 무대 연출과 첨단 기술로 무장한 디스플레이 및 음향 장치의 수준이 이토록 놀랍게 발전했는지 미처 몰랐었다.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하여 중앙에서 콘트롤한 응원봉은 시시각각 화려한 불빛을 발하며 무대와 객석을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무엇 하나 아쉬운 대목 없이 그야말로 놀랍고도 환상적인 공연이었다. 앵콜곡으로 부른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후렴구를 살짝 꺽는 편곡으로 모두의 탄식을 자아내는 여운을 안겨 주었다. 깊은 감동을 안겨준 조용필의 존재 자체가 새삼 대단하고도 고맙게 느껴졌다. 여전히 새로움을 추구하고 지금까지도 트렌디한 신곡을 발표하여 영원한 현역 가수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조용필을 보면서 나 또한 새로운 힘이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몸상태를 핑계로 자꾸 소극적이고 나태해져 가려는 요즘 나의 모습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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