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가까워져 오니 고향집에 한 번은 다녀와야 한다는 의무감을 떨쳐내기 위해 주말에 시간을 내기로 했다. 연로하신 어머님을 멀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사정이 때로는 답답하다. 내 직장 때문에 멀리 떨어져 지낸 세월이 길다보니 이제는 고향집에 가는 일이 점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명절 때의 지독한 교통정체를 피해 올해부터는 설날과 추석 연휴 전에 고향집을 다녀오기로 했다. 아들이 결혼한 후로 우리집에서 명절을 쇠자는 아내의 소신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가는 길이 멀고 고달파도 고향에 머무는 시간만큼은 마음이 포근하다.
새벽에 서울을 출발하여 빗길을 뚫고 광주시 망월동 공원묘지에 잠들어 계신 장인어른과 장모님 산소에 헌화하고 묵념하는 것으로 고향 나들이 일정을 시작했다. 공원묘지 옆에 있는 국립5·18민주묘지도 잠시 둘러 보고 나주의 고향집에 도착하여 어머님을 뵙고, 점심 후에는 아버지가 합장되어 계신 선산을 찾아가 성묘했다. 망월동에서 사온 국화 화분을 선산에 놓아 두니 보기가 괜찮았다. 마침 선산을 찾은 막내 작은아버지 내외를 오랜만에 뵐 수 있었다. 비가 그친 늦은 오후엔 어릴 때 조개 잡고 멱감덨 추억이 서려 있는 새방죽을 아내와 둘이서 산책했다. 주변 도로와 논밭은 많이 변했으나 저수지는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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