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섹스대학교 심리학과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독서가 가장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한다. 독서, 산책, 음악 감상, 비디오 게임 등이 스트레스를 얼마나 줄여 주는지를 측정한 결과, 단 6분 정도만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68% 감소됐고, 심박수가 낮아지며 근육 긴장이 풀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음악감상, 커피 마시기, 산책 순이고, 비디오 게임으로는 스트레스가 21% 줄었지만, 심박수는 오히려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루이스 박사는 "무슨 책을 읽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작가가 만든 상상의 공간에 푹 빠져 일상의 근심 걱정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으면 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접한 후로 하루에 단 30분 만이라도 독서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교양서적 한 권을 완독한 때가 언제였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여러 가지 복잡다단한 일들이 얽혔던 작년 한 해가 힘겨웠다고는 해도 눈앞에 놓인 일을 감당해내기 급급하여 책을 읽을만한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했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균형 있게 살피자는 평소의 신념을 실천하지 않고 있는 나태함을 반성해야 한다. 굳이 위에서 언급한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내게는 독서만큼 마음 건강에 좋은 것도 없다. 하루에 단 30분의 독서라도 실천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손에 집어든 책은 6개월 전부터 틈틈이 읽어 오던 교양철학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다.
'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이란 부제가 붙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정말 재미 있게 읽히는 철학 서적이다. 저자인 에릭 와이너는 기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철학적 사색의 공간으로 하여 인생을 하루의 시간인 새벽부터 황혼까지로 비유한 생활 철학의 정수를 펼쳐낸다. 1부 새벽편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 하는 법, 루소처럼 걷는 법, 소로처럼 보는 법, 쇼펜하우어처럼 듣는 법이 실려 있다. 2부 정오편은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 시몬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 간디처럼 싸우는 법, 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 세이 쇼나곤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으로 구성되어 있고, 3부 황혼편에는 니체처럼 후회하지 않는 법, 에픽테토스처럼 역경에 대처하는 법,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 몽테뉴처럼 죽는 법이 들어 있다. 최근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고, 내 인생도 황혼기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3부 황혼편은 글자 하나 하나가 가슴에 꽂히는 듯 밑줄 그어가면서 정독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강신주 작가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연상시키는 교양철학 서적이지만, 미국 작가인 에릭 와이너의 실용적인 접근이 녹아들어 있어서 그런지 좀 더 경쾌하고 활력이 넘쳐 흐르는 책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지배하고 있는 현대 실생활에서 직접적으로 필요한 철학적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고전을 쉽게 해설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가 철학자의 삶과 관계 깊은 장소를 몸소 찾아가서 재미 있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은 듯 자연스레 들려주는 철학 얘기는 흥미진진했다. 철학자들은 대체로 산책을 좋아했는데, 스위스의 자연주의 철학자 루소는 특별히 걷기에 심취했다고 한다. 올 여름 휴가철에 계획한 알프스 트레킹에서 제네바에 갈 예정인데, 그때 에릭 와이너처럼 루소의 발자취를 따라 생피에르섬에 다녀오면 좋을 것이란 생각에 잠시 가슴이 설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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