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제천 자드락길 6코스(괴곡성벽길) - 2022년 11월 4일(금)

빌레이 2022. 11. 6. 18:08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다녀온 때는 내가 두 번째 안식년을 보내고 있던 2017년 11월이었다. 꿈만 같던 그 시절로부터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해발고도 4130미터에 자리한 ABC(Annapurna Base Camp)까지 이어진 트레일을 8박 9일 동안 동고동락하며 함께 걸었던 당시 멤버들의 모임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들이 모아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만남이 자유롭지 못 했던 코로나 공백기 이후 처음으로 여행을 떠나온 오늘 모임의 숙소는 옥순대교와 옥순봉 출렁다리 사이에 절묘하게 자리를 잡은 펜션이었다. 주위를 둘러싼 청풍호반의 수려한 풍광 하나만으로도 펜션은 더없이 좋은 휴식 공간이자 추억 속에 길이 남을 장소였다. 

 

요즘 틈틈이 보고 있는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안에는 '루소처럼 걷는 법'이라는 제목의 장이 있다. 스위스의 자연주의 철학자인 루소(Rousseau)의 생애와 사상의 핵심을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글 속에서 "걷기는 자극과 휴식, 노력과 게으름 사이의 정확한 균형을 제공한다."란 구절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걷기 예찬론자였던 루소다운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일행들과 함께 옥순봉 출렁다리와 자드락길 6코스인 괴곡성벽길 일부 구간을 산책하듯 거닐면서 루소를 떠올렸다. 늦은 오후 시간에 사광을 받아 찬란히 빛나고 있는 노오란 낙엽송은 단풍이 떨어진 늦가을 산길의 주인공이었다. 청풍호 전망대에 올라서서 바라 본 파노라마는 가히 일품이었다. 거침없이 펼쳐진 장쾌한 산하의 굽이침은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이었다. 내 삶에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있다는 충만감을 자각하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