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첫 주말이다. 올해도 벌써 절반이 지났다. 주중 내내 내리던 장맛비는 어제부터 거짓말처럼 그쳤다. 좀처럼 올라오지 않은 몸상태 탓에 별다른 의욕이 발동하지 않았지만 모처럼 화창한 이번 주말마저 등반을 거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강촌의 유선대 암장으로 향한다. 애초엔 조비산 암장에 갈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집을 나서면서 켜놓은 라디오가 알려주는 교통 상황은 고속도로가 아침 일찍부터 피서 인파로 정체 현상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련 없이 강촌의 유선대 암장으로 오늘의 등반지를 결정한 것이다. 돌아가더라도 막히지 않는 경로를 택하자는 생각에 광릉수목원을 통과하여 47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서파나들목에서 가평으로 이어지는 도로에 올라탔다. 길이 막히지 않은 국도는 드라이브 하는 기분이 절로 났다. 강촌에 도착하기 전 백양리역 앞에서 북한강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도 잠시 구경했다. 그렇게 천천히 여유있는 발걸음으로 유선대 암장에 도착했다.
작열하는 태양이란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뙤약볕이 자비 없이 내리 쬐는 날씨였지만 나무 그늘 아래는 상대적으로 시원했다. 벌레 퇴치제를 온몸에 뿌리는 것으로 보호막을 쳤으나 산모기의 공격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오전엔 그늘진 좌벽에서 쉬엄쉬엄 등반했다. 한 번 오르고 난 후에는 휴대용 선풍기 바람을 쐬어줘야 할 정도로 온몸에 땀이 흥건했다. 점심 후에는 중앙벽에서 연습했다. '시동(5.11b)'에서는 물이 흐르는 작은 홀드를 잡다가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추락했다. 오목한 오버행 벽이어서 추락은 깔끔했고 부상은 없었다. 그늘진 우벽에 시원한 바람이 불 때 즈음에 '그리움' 루트 세 피치를 통해 정상에 다녀왔다. 많은 비로 탁해진 북한강의 물빛이 조금은 아쉬웠으나 뭉개구름 떠 있는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화창한 시야를 보여주었다. 첫 번째 루트였던 '참나무'를 오를 때만 해도 몸은 물먹은 솜처럼 굼떴었다. 익숙한 루트를 몇 차례 오르내린 후에야 서서히 몸이 풀렸다. 목디스크 증세는 여전하고 오른쪽 어깨에도 통증이 간간히 느껴졌지만 등반이 거듭될수록 몸은 조금씩 나아지는 듯했다. 오늘처럼 몸상태가 정상이 아닌 때에도 부담없이 찾아와 등반할 수 있는 유선대 암장의 존재가 새삼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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