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인수봉 '심우-취나드A-벗'길 - 2022년 6월 22일(수)

빌레이 2022. 6. 22. 19:32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의 학사일정 상 공식적인 여름방학 시작일이 수요일인 오늘이다. 때마침 스케쥴이 비어 있어서 기범씨의 실전암벽반 교육에 게스트로 참여할 수 있었다. 방학이라고 해봐야 학기 중에 미뤄둘 수 밖에 없었던 연구과제와 세미나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지만, 당장은 1학기 성적처리까지 끝낸 홀가분한 기분을 잠시나마 만끽하고 싶었다. 아무튼 기분 좋은 방학이다. 인수봉 바윗길 전체가 한적한 평일에 등반할 수 있는 기회가 내게 주어진 것을 커다란 행운으로 생각하면서 도선사주차장에 약속시간인 아침 7시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주말이면 새벽부터 주차할 곳을 찾느라 눈치싸움을 벌여야 하는 주차장이 널널해서 마음까지 평온해졌다.

 

백운대로 향하는 등산로 입구의 윗쪽 데크에서 일행분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기범씨가 도착하기 전에 바로 아래쪽 데크에서 세 분이 오늘 처음으로 대면하게 될 나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계시는 듯하여 먼저 아는체를 하게 되었다. 대학산악회 동문 선후배 사이의 의사 선생님들인 김선생님과 구선생님, 그리고 수학강사이신 박선생님과는 모두 초면이었지만 클라이머들 특유의 자연스럽고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인사를 나누었다. 곧이어 기범씨가 도착하고 우리 다섯 명은 인수봉으로 향했다. 오늘은 동벽 맨 우측의 심우길부터 등반할 계획이라고 했다. 2년 전에 기범씨와 함께 명명한 캐리(CARI: Climbing of All Routes in Insu-peak)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바로 심우길이어서 그때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등반 열정일랑 식을 줄 모르는 기범씨답게 오늘도 빡센 등반의 연속이었다. 먼저 총 4피치의 심우길을 세 마디로 끊어서 올랐다. 다음으로 취나드A길과 벗길 두 피치에서 톱로핑 방식으로 연습했다. 심우길의 사선크랙은 여전히 버거웠고, 벗길 크럭스 구간에서의 동작도 예전보다 나아진 게 없는 느낌이었다. 평소에 내가 등반하던 곳보다 어렵고 힘든 루트들이어서 조금은 힘겨웠지만, 오랜만에 손가락 끝이 아리고 장딴지가 뻐근해지는 뿌듯함이 남았던 등반이었다. 무엇보다 오늘 처음 만났는데도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악우들처럼 친숙하게 대해주셨던 세 분이 함께 해서 더욱 즐거운 하루였다.           

 

▲ 이른 아침 시간이지만 동면 바윗길에 아무도 붙어 있지 않은 인수봉이 오히려 낯설었다.
▲ 심우길 출발점 앞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 등반에 나서기 전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중이다.
▲ 심우길 등반을 출발하는 순간이다.
▲ 나는 기범씨가 운영하는 실전암벽반 교육에 게스트로 참가하여 라스트를 맡기로 했다.
▲ 기범씨가 심우길 2피치의 사선 크랙을 선등하는 중이다.
▲ 저런 곳에서 선등으로 스태밍 자세를 취한다는 게 나로서는 범접하기 힘든 수준이다.
▲ 기범씨의 뒤를 이어 구선생님, 김선생님, 박선생님 순서로 올랐다.
▲ 심우길 2피치 확보점에서 내려다 본 장면. 박선생님이 등반 중이고 라스트로 대기 중인 내 모습이 보인다.
▲ 심우길 2피치에서 올려다 본 모습. 박선생님이 3피치 등반 중이고, 기범씨는 마지막 4피치 볼트따기 구간을 넘어서고 있다.
▲ 평일인데도 취나드B길 첫 피치 크랙을 통해 오르는 클라이머들이 심심찮게 붙어 있었다.
▲ 심우길 등반을 마치고 하강한 후, 취나드A길 1,2피치를 톱로핑 방식으로 올랐다.
▲ 구선생님이 취나드A길 1피치를 등반 중이다. 한 학번 아래로 나와 동년배인 구선생님은 여러모로 말이 잘 통했다.
▲ 학원강사인 박선생님은 수업시간에 맞추기 위하여 오후 2시 즈음에 먼저 하산하셨다. 박선생님은 등반 내내 밝고 명랑한 에너지로 모두를 즐겁게 해주셨다.
▲ 기범씨가 벗길을 2피치까지 다시 선등하면서 크럭스 구간을 돌파하는 방법을 설명해 줬으나 내게는 여전히 버거웠다.
▲ 구선생님은 벗길 1피치를 두 번째로 오를 때엔 한층 더 안정적인 자세를 보여주었다.
▲ 김선생님께서 벗길 2피치를 오르고 계신다. 등반경력 40여 년의 베테랑이신 김선생님은 대선배님으로서의 여유와 품격이 몸과 마음에 배어 있어서 함께 등반하는 동안 나에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셨다.
▲ 벗길 2피치 크럭스 구간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 하산하던 중 하루재에서 잠시 머물렀다.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싫을 정도로 시원하게 불어오는 산바람 때문이었다.

 

아래는 CARI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하던 2년 전의 기록과 오늘 등반한 루트들의 개념도이다.

https://blog.daum.net/gaussmt/1373

 

인수봉 '벗'길 잘 했다 (2020년 6월 20일)

오늘도 인수봉이다. 날마다 등반한다고 해도 질리지 않는 곳이다. 수많은 바윗길들이 저마다의 매력으로 클라이머들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기범씨 같은 전문 클라이머들 중에는 인수봉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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