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서울에 다양한 형태의 도보 중심 길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두드림길'로 통칭되는 트레일에는 서울둘레길, 한양도성길, 근교산자락길, 한강·지천길, 생태문화길 등이 속한다. 이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총연장 157km에 이르는 서울둘레길이다. 서울둘레길 1코스인 수락-불암산 구간과 8코스인 북한산 구간은 집에서 가까운 덕에 수 차례 걸어본 경험이 있다. 언젠가 한 번은 불암산을 내려와서 이어지는 2코스 용마-아차산 구간을 걸었던 적도 있다. 그 외의 다른 구간은 일부러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내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북한산, 도봉산, 불암산, 수락산 등의 명산이 한강 이북에 자리잡고 있는 까닭에 평소 등산을 위해 강남 지역을 방문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부드러운 흙길이 길게 연결되는 트레일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 신체 능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서울둘레길 중에서 대모·우면산 구간인 4코스의 산길이 유순하고 걷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찬사를 들은 적이 있다. 새로운 길을 걷는 설레임을 맛보기 위해서 이 길을 걸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수서역에서 시작하여 대모산과 구룡산을 오른 후 양재천과 양재시민의숲을 통과하여 다시 우면산을 오른 다음 사당역에서 끝나는 코스이다. 전체 길이는 대략 18km이다.
산 정상을 거치는 마루금 산행 코스로 진행해도 크게 힘들지 않은 산길이다. 굳이 서울둘레길 이정표에 얽메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루트를 정한다. 수서역 6번 출구로 나오면 곧바로 서울둘레길이 이어진다. 대모산 초입임을 알 수 있는 계단길이 눈앞에 보인다. 작은 능선 위에 올라서면 신작로 같은 넓은 흙길이 연이어 나타난다. 능선길을 계속 걸으면 대모산 정상과 구룡산 정상을 거치게 된다. 서울둘레길은 산 중턱에서 갈라져서 우측 자락으로 돌아간다. 처음 올라보는 산이기에 정상을 모두 거치는 능선길 코스로 진행한다.
구룡산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능선길 말미에서 서울둘레길은 다시 합류한다. 산을 내려와서는 잠시 내곡동 마을길을 통과하여 헌릉로를 육교 위로 가로질러서 양재천변길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어지는 양재시민의숲을 관통하면 우면산 등산로가 시작된다. 우면산의 등산로도 능선길과 서울둘레길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게 된다. 사당역에 도착해서 산행을 마치고 보니 얼추 7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부드럽게 흙길로 이어지는 산길과 양재천의 산책로를 제법 길게 걸었다. 그동안 궁금했던 서울 강남의 3개 산에 대한 위치와 지형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던 산행이었다.
'국내트레킹 > 서울둘레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둘레길 5코스(관악산-호암산 둘레길) - 2022년 6월 11일(토) (0) | 2022.06.11 |
---|---|
북한산둘레길(솔샘길-명상길-평창마을길-옛성길-구름정원길) - 2021년 11월 26일(금) (0) | 2021.11.26 |
서울둘레길 7코스(가양역-봉산-구파발역) : 2020년 2월 22일 (0) | 2020.02.23 |
서울둘레길 1코스 (상계역-불암산-망우산-용마산-용마폭포공원) - 2016년 7월 2일 (0) | 2016.07.02 |
서울둘레길 1코스 : 불암산에서 창포원까지 걷기 - 2015년 6월 21일 (0) | 2015.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