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북한산(정릉계곡-영취사-대성문-보국문-칼바위)-2020년 12월 23일(수)

빌레이 2020. 12. 24. 08:37

오늘부터는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이 전면 금지된다. 연말연시의 각종 모임으로 인한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가장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021년 1월 3일까지 시행되는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통제사회 속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이 휘두르는 어설프고 사려깊지 못한 정책이 선량한 시민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어제 저녁에는 한 해 동안 등반을 함께 했던 악우들 네 명이 뒷풀이 장소로 애용하던 우이동의 작은 식당에 모여서 조촐한 송년회를 가졌다.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시책을 따른다는 명목 하에 오늘은 출근하지 않았다. 오전에 집에서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처리를 끝내고 점심 후에 집을 나섰다. 산객들이 많아서 평소엔 잘 선택하지 않던 북한산의 주등산로를 평일인 만큼 부담없이 밟아본다. 

 

정릉탐방안내소를 통과하여 영취사로 향하는 넓은 등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평일 산행의 한적함을 오롯히 느낄 수 있으니 산 속의 고요함 속에서 마음은 더없이 편안해진다. 일선사 갈림길에서 형제봉 능선에 올라선 후 보현봉 우회로를 따라서 대성문에 이른다. 이 길은 그 옛날 한양도성에서 왕이 북한산성으로 피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오래된 통로이다. 대성문을 통과해서 직진하면 자연스레 행궁지로 연결된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 잔뜩 흐린 날씨에 산성주릉을 따라서 보국문 위를 지나 서둘러 칼바위능선을 통해 하산길로 접어든다. 칼바위 정상부의 전용 쉼터인 테라스에서 보온병에 담아온 구수한 커피에 달콤한 머핀 하나를 곁들이니 이보다 더한 소확행은 없을 듯한 만족감이 차오른다. 어서 빨리 이 지난한 바이러스 사태가 해결되어 사랑하는 이들을 마음 놓고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바이다.    

 

▲ 3일 전에는 등산하는 길에 햇빛바라기 하며 머물렀던 칼바위 정상부의 테라스를 오늘은 하산하는 길에 찾았다.
▲ 어제는 한지민 주연의 영화 <조제>를 감상하고, 우이천변을 걸어서 우이동의 약속장소로 향했다.
▲ 우이천에는 예년보다 많은 철새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산책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 집에서 정릉계곡으로 넘어가는 둘레길 주변의 갈대숲이 아직까지 그 정취를 잃지 않고 있었다.
▲ 일선사를 지나서 대성문으로 가는 길 중간의 쉼터엔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쉼터에서 산객들의 음식으로 기생하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 까닭에 쉬어갈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 대성문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조선시대에 왕이 북한산성으로 피신할 목적으로 조성된 오래된 길이다. 
▲ 오랜만에 온 대성문도 수리공사를 마치고 말끔히 단장되었다.
▲ 대성문을 통과해서 직진하면 행궁지로 이어진다. 왕이 남한산성으로만 피신했기에 북한산성이 목적에 맞게 사용된 기록은 없다. 
▲ 대성문에서 보국문 방향으로 성벽을 따라 걸었다.
▲ 주말엔 많은 산객들로 붐비는 산성길이 평일이라서 한적했다.
▲ 저멀리 보이는 조망 좋은 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
▲ 맑은 날엔 이곳에서의 조망이 훌륭한데, 오늘은 서울 시내가 자욱한 안개 속에 잠겼다. 
▲ 칼바위 능선으로 하산길을 재촉할 시간이 오후 4시 전인데도 주위가 어둑할 정도로 시야가 좋지 않았다.
▲ 칼바위 정상에서 돌아본 풍광도 흐릿했다.
▲ 보현봉 우회로를 통해 대성문과 보국문을 거쳐 오늘 걸어온 길을 가늠해 볼 수 있다.
▲ 언제나 나에게 가장 좋은 쉼터인 이곳이 있어서 감사하다. 오늘도 이 테라스는 차가운 북서풍을 막아주고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주었다.   
▲ 이곳에서 커피와 함께 먹을 생각으로 챙겨온 머핀 한 조각이 얼마나 맛있던지...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 
▲ 집에 도착할 때엔 가로등이 켜지고 어느새 주위는 어둑어둑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