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는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이 전면 금지된다. 연말연시의 각종 모임으로 인한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가장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021년 1월 3일까지 시행되는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통제사회 속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이 휘두르는 어설프고 사려깊지 못한 정책이 선량한 시민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어제 저녁에는 한 해 동안 등반을 함께 했던 악우들 네 명이 뒷풀이 장소로 애용하던 우이동의 작은 식당에 모여서 조촐한 송년회를 가졌다.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시책을 따른다는 명목 하에 오늘은 출근하지 않았다. 오전에 집에서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처리를 끝내고 점심 후에 집을 나섰다. 산객들이 많아서 평소엔 잘 선택하지 않던 북한산의 주등산로를 평일인 만큼 부담없이 밟아본다.
정릉탐방안내소를 통과하여 영취사로 향하는 넓은 등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평일 산행의 한적함을 오롯히 느낄 수 있으니 산 속의 고요함 속에서 마음은 더없이 편안해진다. 일선사 갈림길에서 형제봉 능선에 올라선 후 보현봉 우회로를 따라서 대성문에 이른다. 이 길은 그 옛날 한양도성에서 왕이 북한산성으로 피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오래된 통로이다. 대성문을 통과해서 직진하면 자연스레 행궁지로 연결된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 잔뜩 흐린 날씨에 산성주릉을 따라서 보국문 위를 지나 서둘러 칼바위능선을 통해 하산길로 접어든다. 칼바위 정상부의 전용 쉼터인 테라스에서 보온병에 담아온 구수한 커피에 달콤한 머핀 하나를 곁들이니 이보다 더한 소확행은 없을 듯한 만족감이 차오른다. 어서 빨리 이 지난한 바이러스 사태가 해결되어 사랑하는 이들을 마음 놓고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바이다.
'국내트레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칼바위-대동문-소귀골) - 2021년 1월 1일(금) (0) | 2021.01.01 |
---|---|
운악산 백호능선에서 청룡능선으로 - 2020년 12월 26일(토) (0) | 2020.12.27 |
북한산(칼바위능선-대동문-구천계곡-둘레길)-2020년 12월 20일(일) (0) | 2020.12.21 |
수락산(당고개역-수락주릉-정상-기차바위-도정봉-회룡역)-2020년 12월 12일(토) (0) | 2020.12.21 |
북한산 칼바위에서 비봉능선으로 - 2020년 11월 28일(토) (0) | 2020.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