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토요 산행을 갈 수 없었다. 몸이 허락하지 않았다. 산 대신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추위가 시작되면 내몸이 움츠러들고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 걸 실감한다. 남쪽 태생이라서 추위에 유독 약한 지도 모르겠다.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몸살감기를 앓게 된다. 겨울방학 전까지 계속되는 강행군에 몸이 피곤함을 호소하는 현상 쯤으로 치부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회복이 더디다. 본격적으로 노화가 시작되는 것을 차분히 받아들이고 달라진 몸에 맞는 삶으로의 변화를 찾아야 할 때가 된 듯하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무의미하게 보냈던 시간들을 되돌아 보고 반성하면서 새롭고 의미 있는 습관을 길들여야 한다.
나의 일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의 하나는 '균형'이다. 무엇보다 신체적 건강과 마음의 건강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최근의 일상에서 나는 여러모로 균형감을 상실한 것 같다. 추위와 더불어 찾아온 신체적 고달픔도 몸 건강 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 악화가 겹쳐진 탓일 것이다. 교육자와 학자로서의 균형 잡힌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 평소 직장에서 내가 견지하고자 애쓰는 마음 자세이다. 뒤돌아 보면 직장에서 반성해야 할 일들이 수 없이 많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 쉬운 나날들 속에서 선생과 학자로서의 소임을 다했는가를 자문해보는 순간 부끄러울 따름이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야 할 판이다. 학기 중에도 연구를 등한시 하지 않는 학자적 자세와 방학 중에도 교육자적 위치를 망각하지 않는 일상이 되어야 한다. 곰곰히 생각해 보고 이제는 마음의 평온을 되찾아야 한다.
▲ 2013년 알프스 등반 때 처음 경험했던 만년설 위에서의 글리세이딩 순간.
처음엔 무서웠으나 몸의 균형감을 익힌 후부터는 즐길 수 있었다.
▲ 2016년 프랑스 샤모니의 아르브 강을 따라서 트레킹 하던 중 찍은 컷.
균형 있는 일상은 자전거 타기와 같이 즐거운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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