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급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다. 내일이면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한다. 둘레길을 비롯한 북한산국립공원의 모든 등산로는 폐쇄되었다. 자칫하면 주말산행을 거를지도 모른다. 얼마 전의 더위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듯하다. 바야흐로 가을인데 차분히 가을날의 여유를 즐길 겨를이 없다. 태풍이라는 불청객과 법무부 장관 자리를 쟁취하기 위한 욕망으로 인해 드러난 위선과 부정으로 얼룩진 뉴스들로 마음 편할 날이 없는 요즘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내로남불의 작태가 도를 넘고 있다.
남에게는 가혹한 비판을 서슴치 않으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해지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개강 첫 주의 강의를 무사히 끝낸 이 시점에서 내 앞에 주어진 새로운 학기를 잘 감당해내야 하는 교육자로서의 마음자세를 다시금 점검하게 된다. 나의 행동에 대해서는 좀 더 솔직하고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학생들과 주변 사람들을 더 이해하고 관대하게 대하는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번 학기에도 마음에 새기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로 노력해야 할 일이다.
우리 가족은 지난 여름에 피서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장모님을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후 가족 모두가 휴가를 생각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다. 주말 산행과 설악산 등반을 다녀온 것이 개인적으로는 큰 위안이 되었다. 무더운 여름날 북한산둘레길을 걷다가 발을 담글 수 있는 조그만 계곡을 발견하여 탁족을 즐겼던 시간들이 행복했다. 졸졸졸 흐르는 숲속의 작은 계곡은 규모가 크고 유명해서 피서객들로 붐비는 계곡보다 좋은 점이 많았다. 물소리 요란한 계곡보다는 산새 소리 들으며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작은 계곡이 진정한 휴식을 주는 듯했다. 발목까지만 담글 수 있는 얕은 물이면 충분했다. 이끼가 내려앉은 바위에 자라는 작은 식물들을 관찰하는 것도 즐거웠다.
부와 권력을 탐하는 이들에게는 나 같은 범부의 자족하는 삶이 초라해 보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초라하게 취급한다 한들 무슨 문제란 말인가? 어차피 그들은 수 많은 현인들이 삶의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는 행복, 사랑, 우정, 정직 등의 가치를 이미 우습게 생각하는 편협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다. 나는 세상 사람들이 해석하는 것과 달리 생각하고 싶다. 큰 계곡 위에 작은 계곡들이 있다. 작은 계곡들이 맑아야 큰 계곡도 맑게 된다. 우리들 개개인의 삶에 대한 철학과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나는 이렇게 비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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