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독후감]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산책>

빌레이 2019. 8. 17. 10:04

한일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경직되어 있는 요즘이다. 양국 정치세력들의 손익에 따라 계산되어 발표되는 갖가지 뻔히 예견된 수사들은 유치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극단으로 치닫는 대결은 서로에게 좋을 것이 없다. 성숙한 양국의 국민들은 다 안다. 무분별한 반일 감정에 기댄 즉흥적인 시민운동 역시 우리에게 결코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색채가 묻어나는 것이면 무조건 배척하는 것 또한 뿌리 깊은 열등감의 표출은 아닌지 반성해볼 일이다. 반일 감정이 나라 전체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 탓에 일식 메뉴를 고르는 것과 일본 저자의 책을 읽는 것까지 꺼려진다면 스스로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렇게 심란한 주변 상황 속에서 일본 만화가인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인 <산책>을 감상하게 되었다. 책 속의 주인공처럼 조용히 사색하면서 걷다보면 복잡한 한일관계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만화책들은 주로 교양만화와 사실적인 면을 다룬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볼 때마다 새롭고 즐거워서 재독 이상을 하게되는 만화책은 고우영 선생의 작품들과 이시주카 신이치의 <산>, 다니구치 지로의 <신들의 봉우리>이다. 두 일본 만화책은 그림이 좋고 스토리 전개도 흥미진진하면서 교훈적이기까지 하다. <산책>은 <신들의 봉우리>로 이미 나의 신뢰를 받고 있는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이어서 주저 없이 구매한 책이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중·장년들이 공감할 내용들로 가득찬 만화책이다. 지문을 최소화 하면서 그림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 녹차 홀짝이면서 음미하듯 천천히 감상하는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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