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하늘나라

빌레이 2019. 7. 21. 10:37

사랑하는 장모님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렸습니다. 내게는 친어머니와 전혀 구분이 없었던 또 한분의 어머니셨습니다. 선하신 장모님의 얼굴을 다시는 뵐 수 없다는 상실감이 무척 큽니다. 어머님이 곁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마철의 무더운 여름날인데도 하늘의 도우심으로 장모님의 성품을 닮은 온화한 날씨 속에서 가족들은 장례식의 모든 절차를 순조롭게 치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큰 일을 당할 때에는 일가친척들과 지인들의 위로와 도움이 무엇보다 크나큰 힘이 됩니다. 우리 가족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애도의 마음을 표해주신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 바입니다.


저희 장모님은 그 어떤 사람보다 인자하고 온화한 성품을 지닌 분이었습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고 교회 권사님으로 봉사하시면서 알게 모르게 선한 일들을 많이 행하셨습니다. 진심어린 애도의 마음으로 문상을 다녀가신 많은 분들이 한결 같이 전하는 장모님에 관한 기억의 편린들 속에서 가족들도 미처 몰랐던 장모님의 선행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님의 병명은 생존율이 가장 높아서 착한 암으로도 불리는 갑상선암의 일종이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갑상선암 중에서도 1% 미만으로 희귀하여 아직까지 난치병으로 분류되고 있는 미분화암이란 고약한 놈이었습니다. 발견 당시엔 절망적인 말기 상황이었고 수술 후 3개월 보름을 사신 후에 돌아가셨습니다.       


매우 힘겨운 암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고 하늘나라로 가시기 전까지 장모님을 장인어른과 함께 병원에서 가장 가까운 저희 집에서 모셨습니다. 어머님 생의 마지막 몇 개월을 한 집에서 생활한 때문인지 우리 부부가 겪는 이별의 아픔은 유난히 크게 다가옵니다. 장인 장모님과 함께 사는 기간 동안 저는 두 차례의 해외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5월의 캐나다 밴쿠버 출장 중에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는 어머님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최근의 뉴질랜드 출장길에 오르기 직전엔 어머님께서 생사를 넘나드실 정도로 위독한 상황이었습니다. 출발 전날 병원에서 어머님의 두 손을 꼭 잡고 제가 다녀올 때까지 잘 견뎌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어머니는 미약하나마 꼭 잡은 두 손에 힘을 주시고 눈을 마주치면서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오클랜드에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중에도 장모님은 한 고비를 넘기신 후에 곁에서 간병하던 아내와 장인어른에게 제가 돌아올 날짜를 자주 확인하셨다고 합니다. 귀국 직후에 공항에서 전화를 드리자마자 장인어른께서는 펑펑 눈물을 쏟으셨습니다. 장모님께서 저를 많이 기다리셨기 때문에 제 목소리를 듣고 갑자기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으셨다고 합니다. 깊은 수면 상태를 유지하시던 장모님과 다음 날 아침에 잠깐 동안 눈을 맞추고 귀국을 인지시켜 드렸던 것이 저와 장모님이 나눈 마지막 교감이었습니다. 저를 기다리시느라 정말 고통스럽고 힘겨웠을 순간들을 참고 견디셨다는 것을 생각하면 죄스러운 마음에 지금도 눈물이 흐릅니다. 


저희 어머님 같은 분이 천국에 가시지 않았다면 그곳은 천국이 아닐 것입니다. 내년이면 팔순인데 조금은 일찍 떠나신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남은 가족들은 어머님의 선한 뜻을 받들어 장인어른을 잘 섬기고 서로 더욱 사랑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하늘을 올려다 보면 천국에서 환하게 웃고 계실 어머님의 인자한 얼굴이 떠올라 다시금 눈물 짓게 될 듯합니다.              

     

▲ 오클랜드 출장 때 학회의 요트 크루즈 일정 중 올려다본 돛대의 모습이 십자가를 닮았다.

이승에서의 고단한 십자가를 벗고 하늘로 올라가 천국에서 부활하셨을 장모님의 모습을 그려본다. 


▲ 하늘을 올려다보면 흰구름 속에서 어머님의 얼굴이 떠오를 것이다. 


▲ 오클랜드 앞바다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유난히 청명하고 아름다웠다.

앞에 보이는 섬은 오클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이 있는 랑기토토 섬으로 천연보호구역이다.


▲ 하늘의 뭉개구름 속에서도... 천국을 상상해본다.


▲ 붉은 노을이 아름다웠던 오클랜드의 석양 속에서... 아름답게 물들며 저물어 가는 장모님의 삶을 생각했다.


▲ 랑기토토 섬 정상에서 오클랜드 시가지를 건너다 보듯... 하늘에서 장모님이 우리 가족들을 내려다 보고 계실 것이다.


▲ 랑기토토 건너편 모투타푸 섬의 푸른 초원이 어머님 계신 하늘나라를 연상케 한다.


▲ 랑기토토 섬 트레킹 종점에서 맞이한 하늘은 천국을 연상할만큼 정말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 학회장 바로 옆에 위치한 오클랜드 도메인의 잔디밭은 하늘로 통하는 길에 깔린 카페트 같았다.


▲ 오클랜드 도메인의 드넓은 운동장에서 본 하늘은 시원했다.


▲ 마운트 이든 분화구에서 바라본 하늘은 더욱 아름다웠다.


▲ 화초 가꾸기를 유난히 좋아하셨던 장모님이다... 밴쿠버 스탠리 공원의 예쁜 꽃을 보면서도 장모님을 떠올렸다. 


▲ 오클랜드는 7월이 겨울인데도 대학 캠퍼스의 야외 정원에 예쁜 꽃이 피어 있었다.

아마도 장모님께서 이 꽃을 보셨다면 한참 동안 그 앞에서 머무셨을 것이다.


▲ 오클랜드에 머무는 동안 출퇴근길 중간에서 자주 보았던 공원묘지의 조각작품이 인상 깊었다.


▲ 밴쿠버 해안길을 산책할 때 잠시 쉬었던 벤치는 유족들이 고인을 기리는 의미로 기증한 것이었다.


▲ 벤치에 새겨진 고인처럼 우리 장모님도 더없이 훌륭한 아내이자 우리들의 어머니셨다. 


▲ 밴쿠버 시내의 한 예배당에서도 장모님의 쾌유를 기원했건만... 하나님께서는 결국 천국으로 데려가셨다.


▲ 하늘을 우러러 보면 어머님이 환하게 웃고 계실 듯하다... 앞으로 어머님의 모습이 많이 그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