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았던 봄날의 북한산 눈꽃 산행이었다. 간밤에 눈이 내렸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금요일 저녁 때 실내암장에 가는 길에 제법 시원하게 내린 봄비를 만나긴 했었다. 나보다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함박눈을 보았다고 했다. 하지만 운동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때의 날씨는 평온했다. 토요일 아침 산에 가기 위해 배낭을 챙기던 중에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조금은 심한 재채기를 하던 중에 허리를 삐끗하고 말았던 것이다. 벌써 두 번째 당하는 황당한 사고다. 한동안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통증 때문에 산행을 포기해야할 판이었다. 부랴부랴 아내에게 마사지를 받고 약을 바르니 어느 정도 괜찮아졌다. 걷기엔 크게 지장이 없을만한 통증이라서 계획된 북한산 산행을 강행하기로 한다.
허리 통증을 참고 산에 오른 보람이 있다. 칼바위 능선을 따라서 산성 주릉에 오르는 동안 그야말로 환상적인 눈꽃을 보았다. 지난 겨울 한라산 사라오름에서 보았던 눈꽃에 결코 뒤지지 않는 절경이 펼쳐졌다. 얼마 있지 않으면 제각각의 봄꽃들로 온 산을 화려하게 물들일 나무들이 일제히 순백으로 치장한 눈꽃을 피워냈다. 한폭의 그림이 색색의 물감으로 채색된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하기 직전의 새하얀 캔버스처럼 깨끗한 하얀색이다.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숲의 마음가짐이 보이는 듯했다. 소나무 이파리에 설탕가루처럼 얹혀진 눈송이는 나무들에게 설탕보다 달콤한 봄맛을 선물할 것이다. 봄이 가까이 있기에 봄에 내리는 춘설은 한겨울의 함박눈보다 희망찬 것이다. 대동문에서 우이동으로 하산하는 소귀천계곡길에는 이미 눈이 녹아내린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의 맑은 물소리는 생명이 움트는 소리다. 아픈 허리 탓에 몸은 비록 불편했어도 두 눈에 들어온 아름다운 자연풍광이 있어 흡족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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