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동두천 소요산 - 2019년 2월 9일

빌레이 2019. 2. 10. 07:01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나이 먹는 것이고, 가장 어려운 일은 마음 속으로 자신과 했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곱씹어 볼수록 수긍이 가는 말이다. 설날 연휴까지 보냈으니 이제 또 한 살을 더 먹게 되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시간만 흘러 보내도 나이는 들게 마련이니 가장 쉬운 일인 건 분명하다. 내 위의 어른들은 서서히 늙어가고 아이들은 놀랄만큼 빨리 성장한다. 명절을 보내고 나면 늘상 깨닫게 되는 이치다. 고향집에 다녀온 후의 피로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동두천의 진산인 소요산으로 향한다. 온화한 날씨 속에 보냈던 연휴 때와는 사뭇 다르게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 속이다.


원효대사의 흔적이 진하게 배어 있는 자재암을 기점으로 반시계 방향의 산행 경로를 택한다. 주차장에서 자재암 입구인 원효굴까지는 1.6 km 거리의 포장도로이다. 원효굴에서 공주봉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공주봉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의상대, 나한대, 칼바위, 상백운대, 중백운대, 하백운대 등의 봉우리를 차례로 거쳐간다. 하백운대에서 자재암으로 하산하여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코스를 여유롭게 걸었다. 추운 날씨지만 햇살이 좋고 바람은 잔잔해서 산행 조건은 비교적 무난했다. 산행 말미에 만나는 자재암 부근의 빼어난 경관을 만끽하면서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승려로서 거침없는 삶을 구가했던 원효대사와 요석공주 사이의 로맨스는 유명한 일화다. 당시 과부였던 요석공주와의 사이에 아들인 설총을 낳게 되었고, 그 후 수행을 하기 위해 은거한 곳이 바로 소요산의 자재암이라고 한다. "자기의 몸과 마음을 뜻대로 한다"라는 의미의 자재(自在)는 원효가 수행 중 환상 속에 나타난 여인의 유혹을 뿌리치고 득도했다는 일화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던 원효이기에 득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올 한해 동안 그저 하릴없이 나이만 먹게 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원효대사처럼 자재(自在)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육체적 나이에 걸맞는 정신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원효폭포... 원효굴 바로 옆에 있다.


▲ 제 3코스,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경로를 택한다.


▲ 자재암 초입인 일주문을 지나면 나타나는 우측의 원효굴과 좌측의 원효폭포.


▲ 원효굴 안에는 단아한 불상이 앉아있다.


▲ 원효굴은 자연 동굴을 그대로 이용한 기도터인 듯하다.


▲ 백팔계단을 오르면 자재암 경내가 보인다.


▲ 자재암으로 통해서 오르는 등로는 가파른 계단길이 유난히 많다.


▲ 공주봉으로 향하는 코스는 안내문과 달리 별로 위험하지 않다.

예전엔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아들과 딸을 포함한 가족이 함께 공주봉에 오른 적도 있다.


▲ 산행 경로를 표시한 이정표는 매우 친절하게 잘 되어 있다.


▲ 공주봉으로 오르는 등로 중 가장 가파른 구간이다.


▲ 예전보다는 곳곳에 데크와 나무 계단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


▲ 전망 좋은 테라스인데 공사장에 있을법한 출입금지 테이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 공주봉 정상엔 드넓은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 공주봉 명칭의 유래는 요석공주라는 안내판.


▲ 공주봉은 동두천 시민들의 새해 해맞이 장소인 듯하다.


▲ 따스한 햇살이 비춰주니 시야도 좋고 추위도 이겨낼 수 있으니 좋다. 


▲ 공주봉에서 바라본 의상대.


▲ 공주봉을 내려오는 곳에도 새로운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 능선길에서 좌측의 골짜기로 하산하는 탈출로가 심시많게 나온다.


▲ 따스한 햇살 받으며 걷기 좋은 능선길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 소요산엔 삵이나 담비 같은 야생동물들이 발견되는 모양이다.


▲ 저 계단길을 올라가면 소요산 정상인 의상대가 나온다.


▲ 의상대 정상이 눈앞에 보인다.


▲ 그리 높지 않은 소요산이지만 산행의 묘미는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원효대사의 산이라 할 수 있지만 정상은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의상대사를 딴 명칭이다.

의상대는 자재암에 머물던 조선 태조 이성계가 붙인 이름이라고...  


▲ 의상대에서 바라본 공주봉.


▲ 의상대에서 나한대 가는 길 중간의 멋진 소나무.


▲ 의상대와 나한대를 잇는 능선은 바윗길이 많다.


▲ 나한대는 소요산에서 두번째로 높은 봉우리.


▲ 나한대에서 내려오는 기나긴 계단길 다음엔 선녀탕으로 내려갈 수 있는 삼거리가 나온다. 


▲ 편마암이 칼 모양으로 이어지는 칼바위 구간은 꽤 길게 이어진다.


▲ 칼바위 중간에 만난 노송은 언뜻 보면 표범 가죽처럼 보인다.


▲ 칼바위 구간은 5백 미터 가량 이어진다는 설명...


▲ 칼바위 능선을 걷기 싫으면 우회로를 이용하라는...


▲ 천천히 유유자적 걸어도 어느새 상백운대에 도착한다.


▲ 약 50km에 이르는 동두천 6산 종주 코스는 포천의 왕방산 국사봉에서 수위봉을 넘어 소요산 칼바위에서 만난다.

종주길은 칠봉산, 천보산, 해룡산, 왕방산, 국사봉, 소요산, 마차산 등을 잇는 산길로 이미 걸어본 구간이 많다.


▲ 능선길은 편안한 흙길과 바윗길이 교차한다.


▲ 능선 좌우로는 깊은 낭떨어지가 많다.


▲ 하백운대에서 자재암 방향으로 하산한다.


▲ 자재암으로 내려가는 산길도 제법 가파르다.


▲ 소요산의 절벽미는 여느 산에 뒤지지 않는다. 암벽 루트가 개척되면 좋겠다 싶은 곳이 많다.  


▲ 긴 계단길을 내려오면 자재암이 반겨준다.


▲ 자재암의 담장이 멋스럽다.


▲ 사자 두마리가 받치고 있는 석등의 조형미가 눈길을 끈다.


▲ 원효대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자재암이다.


▲ 원효대사가 몸과 마음을 다잡고 유혹을 이겨낸 것에서 유래한 자재암이라고...


▲ 자재암 앞의 폭포는 협곡미와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한다.


▲ 폭포의 빙벽이 한 번 무너져 내린 흔적이 역력하다.


▲ 협곡 중간에 자리잡은 자재암 경내는 양지바른 곳이다.


▲ 원효대사가 좌정했던 바위라는 원효대.


▲ 백팔계단을 내려오면 원효폭포와 다시 만난다.


▲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 조형물... 원효대사와 요석공주.


▲ 주차장 근처의 다람쥐 목각이 귀엽다.


▲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소요산... 봄철의 벚꽃길도 유명하다고...


▲ 진입로 초입의 조형물...<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