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한라산 사라오름 - 2019년 1월 26일

빌레이 2019. 1. 27. 20:06

새벽 6시에 8명의 일행이 호텔을 출발하여 해장국을 먹고 성판악 주차장에 도착한다. 아직 먼동이 트기 전으로 7시가 채 지나지 않은 시각이다. 주차장은 이미 만차이고 주변 도로의 갓길에 겨우 주차할 수 있었다. 한라산 등산로 입구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 붐빌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주말 시간에 한라산을 찾은 적은 없었다. 토요일이라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한 등산 열정으로 뭉친 대한민국이지 싶다. 해장국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내심 결연한 의지로 무장하고 일행들이 함께 백록담 정상에 오르는 상상을 했었다. 하지만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악천후 때문에 진달래밭 대피소 위로는 통행을 금지한다는 안내방송을 성판악주차장 인근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높은 볼륨으로 반복해서 떠들어 대고 있었다.


이른 아침에 산에 들어가는 입구부터 요란한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반가울리 없는 소식에 약간은 맥이 풀린다. "출입금지관리공단"의 일방적이고 비합리적인 각종 금지 통보를 접할 때마다 솟구치는 반발심은 억누르기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사라오름까지의 왕복 산행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천천히 여유롭게 다녀오기로 마음 먹는다. 완만한 등산로를 줄지어 재각각 오르다가 속밭 대피소에서 일행들 모두가 함께 모인다. 상고대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 이곳부터는 아이젠을 착용하고 오른다. 대피소에서부터 해발고도가 1324m인 사라오름 정상까지의 구간은 풍광이 좋아서 눈이 즐겁다. 서리꽃이라 불러도 좋을 상고대가 시종일관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라오름 분화구 주위를 돌아나갈 때는 황량한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제낀다. 정상 데크에서 내려다본 상고대 군락은 드넓은 바닷속의 산호초 무리를 떠올리게 한다. 겨울산행의 묘미를 충분히 즐겼다는 만족감이 찾아든다.


다섯 시간 남짓의 예상보다 힘들지 않았던 산행이었다. 하지만 한주간의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하산 후에 점심 장소로 이동하는 중간에 하루 전의 염사장님과 같이 속이 거북한 증세가 내게도 나타난다. 뷰티박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뱃속이 좋지 않을 땐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게 나을 듯하여 일행들과 함께 오후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에는 식음을 전폐하고 차 안에서 자주 쉬거나 잠시 눈을 붙였다. 나의 몸상태를 걱정해주시는 일행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이 앞섰다. 그래도 예정된 일정을 즐겁게 잘 치르고 소중한 추억 하나를 쌓을 수 있었으니 이번 제주 여행도 충분히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