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점봉산 곰배령 - 2018년 5월 19일

빌레이 2018. 5. 19. 20:44

사람이 잘 살기 위해서는 매일 짜여진 일정을 소화해내야 하는 밥벌이를 잠시 떠나서 활력소를 찾을 수 있는 탈출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매번 같은 친구들과 주말 등반을 즐기는 것도 때로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 습관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 가끔  일상 탈출이 필요 할 때 아무런 부담 없이 자유로운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몸과 마음이 분주한 요즘의 내 생활 속에서 안나푸르나 트레킹팀의 곰배령 산행은 설레임 속에 기다려지는 일정이었다. 금요일 오후 5시에 문정동의 염사장님 회사에 6명이 모여서 12인승 승합차를 타고 출발한다. 최근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동분서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는 뷰티박님을 강동역에서 픽업하여 7명이 함께 곰배령으로 향한다.


작년 11월에 다녀온 안나푸르나 트레킹 이후로 벌써 세 번째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연말에 염사장님께서 초대해주신 송년회를 시작으로 하여 계절마다 한 번씩의 산행을 갖기로 잠정적인 약속을 했었다. 그리고 올해 1월에 겨울철 산행으로 치악산 눈꽃산행을 다녀온 것으로 그 약속의 첫 테이프를 끊은 바 있다. 이번엔 봄철 산행으로 야생화의 천국으로 알려진 곰배령 트레킹을 이상무님의 세심한 준비 덕택에 참가자 모두가 편하고 즐겁게 다녀올 수 있었다.  아름다운 추억 하나를 모두의 가슴 속에 아로새길 수 있었던 것이다. 곰배령 탐방 허가부터 펜션 예약과 승합차 운전까지 모든 일정을 잘 준비하고 봉사해주신 이상무님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남기지 않을 수 없다.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완공되어 서울을 출발한지 두 시간 반 정도 지나서 세찬 바람 속에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동해 바닷가의 설악항에 도착한다. 원래의 계획은 펜션에 도착한 후에 저녁 식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맛있는 것 먹자는 뷰티박님의 제안에 모두가 흔쾌히 동의하여 가까운 동해 바다로 향한 것이다. 발 넓으신 염사장님의 지인께서 단골이라는 횟집에서 싱싱한 자연산 회와 함께 오고 가는 술잔 속에 정다운 얘기 나누며 그간 쌓인 회포를 풀 수 있었다. 비 오는 날 강남에서 가졌던 번개 모임에서 박사장님으로부터 과분한 환대를 받는 바람에 술 대신 위장약을 복용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 술을 마시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맛깔스런 회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곰배령 때문에 유명해진 진동리 설피마을은 십여년 전에 방문했을 때만 해도 오지 중의 오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우리가 묵은 펜션은 백두대간인 단목령과 작은 점봉산 아래의 곰배령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합쳐진 방태천 바로 옆의 아늑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펜션 사장님께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서울의 아파트에서 거주하시다가 5년 전에 이곳으로 귀촌했다고 하니 세상 참 넓고도 좁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근처의 식당에서 황태해장국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9시에 점봉산생태관리센터를 통과한다. 곰배령 탐방은 사전예약자만 당일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에 신분증을 확인하고 입산 가능하다. 그나마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무이고, 하루에 450명만 허가된다고 한다.   


생태관리센터를 입구로 해서 계곡을 따라 강선마을을 거쳐 곰배령에 이르는 등산로는 5.1 킬로미터 거리이다. 하루 전까지 장마철처럼 내린 비로 인해 계곡물은 세차게 흘러내려서 여기저기에 작은 폭포들을 만들고 있다. 들꽃을 촬영하기 위해 일행들보다 앞서서 걸었으나 예상보다는 많은 꽃들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고도를 높일 수록 초록에서 연두빛깔로 변하는 신록이 울창해서 온몸이 푸르게 물들 듯한 숲속의 신선함이 무엇보다 좋았다. 개활지로 이루어진 곰배령 정상은 세차게 부는 바람 때문에 자켓을 입고 있어도 추위를 느낄 지경이었다. 다시 일행들과 만난 후 단체 인증 사진을 남기고 숲속 트레킹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던 하산길을 따라 처음의 출발 지점으로 돌아왔다. 맛깔스런 수육과 막국수를 먹었던 점심까지 모든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알찬 산행이었다. 올 여름에 알프스 트레킹을 다녀오실 이사장님과 염사장님의 건투를 빌고, 이상무님, 안사장님, 박사장님, 뷰티박님과 함께 일정을 잘 맞추어 일본 다테야마 트레킹을 다녀올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