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산에 다니던 때의 사진들을 들춰본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변화된 내모습을 지켜보는 감회가 새롭다. 해마다 산에 같이 다니던 동무들도 많이 변했다. 아름다운 추억들로 남아 있는 순간들을 되새겨 보는 즐거움이 크다. 산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며 산에 오르던 때가 있었다. 2004년도에 다시 서울로 직장을 옮긴 이후로는 바윗길을 타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른바 릿지 산행의 맛이 좋았고, 본격적인 암벽등반은 구경꾼에 머물렀었다. 2006년도 어느 여름날 도봉산에서 찍은 사진이 눈에 띈다. 우이암을 등반하던 모습이 신기해서 촬영했었는데 이제는 평범한 암벽등반팀의 모습으로 보인다. 여전히 구경꾼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했다면 현재에도 그 등반팀의 피상적인 모습만 읽혔을 것이다. 어떤 일과 현상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는 구경꾼의 위치를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알프스 트레킹을 다녀왔던 2010년도에 샤모니의 가이앙 암장에서 평온하게 등반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후 등산학교에서 암벽과 빙벽등반을 제대로 배우게 되었다. 알파인 지대에서 등반하던 등반가들의 모습을 망원렌즈로 줌인하여 촬영했던 것도 그때였다. 그 이후 정확히 3년 후에 사진 속의 주인공처럼 알파인 등반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가슴 뛰게 즐거웠던 알프스에서의 등반으로 나의 생이 더욱 풍요로워졌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 모두가 구경꾼에 머물지 않고자 애썼던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들이다. 그런데 50대로 접어든 요즘엔 자꾸 소극적으로 변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건 분명한데 몸과 마음은 굼뜨기 일쑤다. 구경꾼에 머물러도 좋겠다는 나약함이 스멀스멀 나를 잠식하는 듯하다.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과 나태해지는 건 다르다. 강하고 담대하게, 그리고 좀 더 온유하게 살기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해보는 바이다.
▲ 2006년도에 도봉산 산길을 걸으면서 찍은 컷. 우이암을 등반하던 모습이 그때는 참 신기하게 보였다.
▲ 우이암에 올라본 경험은 없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까지는 일부러 등반하고 싶은 곳은 아니다.
▲ 여러 명이 한 팀을 이루어 등반하는 것도 좋겠지만 요즘엔 단촐한 등반이 안전하고 좋다는 생각이다.
▲ 우이암은 독립봉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우이암 등반이 망설여지는 이유 중 하나이다.
▲ 2010년도 샤모니 에귀디미디 전망대에서 촬영한 컷. 2013년도 7월에 사진 속의 등반가들처럼 나도 저 루트를 등반했었다.
▲ 2010년도 프랑스 샤모니 가이앙 암장에서 평온하게 등반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후 암벽등반에 입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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