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3월이 시작되었다. 내일이면 개강이다.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고 날씨도 쌀쌀해서 밖에 나갈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아파트 창문을 통해 스며드는 햇볕은 산에 가고 싶을 만큼 찬란히 빛나고 있지만 꽃샘 추위로 영하의 기온 속이다. 삼일절이어서 달아둔 태극기가 바람에 힘차게 나부끼는 모습이 생동감 있게 보인다. 그러나 바깥 바람이 찰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몸은 더욱 움츠러든다. 짬짬이 읽고 있던 책을 손에 들어 보지만 좀처럼 집중할 수가 없다. 그간 구매해 놓고 자세히 읽지 못했던 르포 만화인 <우크라이나 이야기>를 손에 집어든다. 이내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어서 단숨에 완독한다.
<우크라이나 이야기>는 이태리 사람인 저자 이고르가 2년간의 여행을 통해 얻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식과 인상을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그려낸 르포 만화 작품이다. 책 표지에는 이탈리아 최우수 그래픽노블상을 받았다는 광고 문구가 들어있다. "그래픽노블"이라는 장르가 좀 생소하지만 내게는 조 사코의 르포 만화 <팔레스타인>을 떠오르게 하는 책이어서 "르포 만화"라는 장르로 분류하고 싶다. 장르야 어찌 되었든 <우크라이나 이야기>는 그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우크라이나'라는 나라의 역사적 실체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라는 생각이다. 우크라이나의 내면과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단순한 취재가 아닌 2년 동안의 체험 속에서 서민들의 인터뷰를 통해 들여다보고 있는 형식이 진솔함을 느끼게 해준다. 일제 강점기에 있었던 민족 저항 운동을 기념하는 삼일절 날에 우크라이나 민중의 참혹했던 역사를 생각하면서 남의 나라 일 같지 않은 동병상련의 마음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