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왕방산 왕산사 처마 밑에서 소나기를 피하다 - 2015년 8월 8일

빌레이 2015. 8. 8. 19:45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시간은 어김없이 흐른다. 절기는 벌써 가을의 시작이라는 입추다. 변변치 않은 피서나마 다녀오지 못한 탓에 주말 산행지로 왕방산을 택한다. 산행 중간에 깊이울 계곡에서 몸이라도 담가볼 요량으로 계획한 장소이다. 수유역에서 아침 7시 10분에 출발하는 와수리행 시외버스를 타고 포천터미널에서 하차한다. 포천성당 뒷쪽에서 출발하는 오솔길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선다. 싱그러운 숲향기를 느끼는 것도 잠시 습도 높은 날씨 탓에 온몸이 금방 땀에 젖는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길가엔 버섯들이 유난히 많다. 좀처럼 보기 힘든 망태버섯을 만나는 기쁨에 어느 정도 더위는 날아가는 기분이다. 무럭고개에서 올라오는 능선길이 멀지 않은 곳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시원한 산바람이 반가워 간식을 먹으며 하염없이 쉬어간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을 계속 오르다가 깊이울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을 만날까 했으나 좀처럼 또렷한 산길이 보이지 않는다. 길가에 핀 노란 나리꽃이 간간히 우리를 반겨줄뿐이다. 정상 부근의 팔각정에는 한 무리가 이미 터를 잡고 오붓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주변에서 점심을 먹는데 멀리서 천둥 소리가 들려온다. 깊이울 계곡에서의 물장난은 포기하고 왕산사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마음을 정한다. 왕산사에 도착하기 직전에 비는 장대비로 변한다. 휘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번개와 천둥이 번갈아 쳐대는 하늘이 요란하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가까스로 왕산사 요사채의 처마 밑에 자리를 잡고 비를 피한다. 한참 동안 세차게 흩뿌리는 비를 구경하고 있는데 스님이 우리들을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신다. 몸에서 약간의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던 차에 못이기는 척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따뜻한 커피 한잔에 몸과 마음이 녹는 듯하다. 이렇게 산사에서 비를 맞이하는 것도 운치있는 일이지 싶다. 시원스레 쏟아지는 빗줄기가 이 여름의 더위를 날려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