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긍열의 자전적 알프스 산행기인 <몽블랑 익스프레스>는 헤르만 불의 <8000미터 위와 아래>를 연상시킨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산서 중 최고로 꼽는 책이 바로 헤르만 불의 <8000미터 위와 아래>이다.
<몽믈랑 익스프레스>는 이러한 헤르만 불의 책에 결코 뒤지지 않는 감흥을 전해주는 명저이다.
허긍열은 운명적으로 샤모니 알프스에 꽂히게 되고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유롭게 등반할 수 있는 알파인 스타일을 실천한다.
무엇보다 등반 자체에 탐닉하는 그의 순수한 태도와 열정이 헤르만 불을 꼭 닮았다.
헤르만 불의 책보다 더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은 허긍열의 여린 심성과 한국적인 정을 물씬 풍기는 부분이다.
자전적인 등반기임에도 일인칭이 아닌 전지적 작가 시점 비슷한 관점에서 글이 전개된다는 것도 흥미롭다.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삶을 관조하려는 허긍열의 차분한 노력을 느낄 수 있는 장치로서는 괜찮아 보인다.
누구보다 뛰어난 등반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겸손하기 위해 힘쓰는 모습도 느낄 수 있다.
이는 화려함과 부러움을 느끼게 하는 임덕용의 저술과는 분명 다른 점이다. 절제의 미덕을 보여준 이 책의 훌륭한 면이다.
나는 2002년 여름에 관광으로 샤모니에서 일박이일을 보낸 적이 있다. 인스부르크에서 일주일을 보낸 기억도 있다.
가족과 함께 오스트리아 짤츠부르그와 스위스 인터라켄 주위의 알프스 산군을 여행한 추억도
행복한 과거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다른 이들에 비해 알프스에 대한 경험이 적다고 할 수만은 없다.
그렇더라도 배낭 메고 등산화 신고 알프스 산군을 트레킹 하거나 등반한 경험은 없다.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해보고 싶은 일 중에서 알프스 트레킹은 항상 영순위다.
<몽블랑 익스프레스>를 읽고난 후 이러한 나의 꿈은 더욱 간절하고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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