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가뭄에 지친 대지를 적셔주는 단비가 내렸다. 자연스레 물청소가 된 산하가 깨끗해졌다. 아침 일찍 주일 예배를 마치고 청아한 불암산을 오른다. 전망 좋은 바위턱에서 한가롭게 쉬어 가면서 인적이 드문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그렇게 느림보 산행을 하면서 적당한 그늘에서 낮잠을 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산객들이 많은 주능선을 재빠르게 통과하면서 몸에 활기가 느껴진다. 조용한 산봉우리에서 점심을 먹고 덕릉고개를 넘어 수락산에 들어선다. 수락산 주릉으로 가는 길을 버리고 새로 이어진 서울둘레길을 따라 걸어보기로 한다. 구불구불 흙길로 이어지는 그늘진 산길이 걷기에 그만이다. 수락산 아래의 식당에서 막국수 한 사발을 사먹고 도봉산역 앞의 창포원까지 이어진 서울둘레길을 끝까지 걷는다. 지도상으로 걸어온 거리를 가늠해본다. 대략 15 킬로미터를 걸은 셈이다. 창포원의 카페에서 시원한 빙수를 떠먹으며 달콤한 행복에 젖는다. 하루 동안 알차게 걸었던 것이 내심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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