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을 손에 든 것이 오랜만이다. 공지영 작가의 글을 대한 지는 더더욱 오래 되었다. 아마도 청년 시절에 읽었던 그녀의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후로는 처음인 듯하다. 공지영 작가의 장편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는 침대에서 아침에 눈을 뜨면 라디오를 듣는 버릇이 있다. 주로 기독교 방송인 CBS 라디오를 청취하는데 얼마 전 주일날 아침에 책을 소개해주는 코너에서 이 책에 대한 언급을 듣고 <상처와 마주하라>란 책과 함께 구입하게 되었다. 두 권 중에서 얼른 손에 잡히는 소설책을 먼저 읽기 시작했고, 단숨에 빠져들었다.
천주교 신자라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소설이지만 성경은 하나이기 때문에 기독교를 믿는 내게도 아주 친숙한 내용들이었다. 소설의 줄거리는 어찌보면 진부하기까지 하다. 수도원에서 신부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수사인 요한이라는 주인공 청년과 소희라는 아가씨의 이룰 수 없는 사랑 이야기가 소설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이들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도 재미 있지만, 내게는 수도원 친구들인 요한, 미카엘, 안젤로, 이 세 사람 사이에 펼쳐지는 우정어린 사건들이 더욱 감명 깊게 다가왔다. 나의 입가에 미소가 머물고, 눈가엔 이슬이 맺히게 하는 순간들이 계속된다. 예전에 수도원 생활을 다룬 영화 <위대한 침묵>을 감동적으로 보았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르던 장면들도 많았다. 한국의 베네딕도회 수도원이 지난 날 큰 도움을 받았던 미국의 수도원을 매입하게 되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신비한 과거사는 주인공 요한의 가족사와 얽히고 설키어 퍼즐 조각을 하나 하나 맞춰 가는 듯한 흥미진진함이 배어있다. 하나님의 섭리는 항상 인간의 생각 속에 있는 시간이나 공간을 한참이나 초월한 곳에 있음을 저절로 느끼게 된다.
신부님들과 수도원 학생들의 일상 속에 오가는 신과 인간에 대한 사랑 문제는 그들의 깊은 사색과 기도 속에서 성경 구절을 해석함으로써 얻어지는 깨달음을 통해서 하나 하나 그 실마리가 풀리게 된다. 우리의 일상 속에 내재되어 있는 사랑은 우리를 그토록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청년 시절에 읽었던 공지영 작가의 글에서는 느끼지 못 했던 원숙미를 소설 전체에서 느낄 수 있었다면 나의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순수한 사랑에 대한 갈망이 있는 이들에게는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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