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나는 야생화는 반갑기 그지 없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울 만큼 아주 작은 야생화들은 더욱 귀하다. 희귀한 종류의 봄꽃이 아닐지라도 비가 온 후에 깨끗한 산에서 피어나는 야생화는 모두가 사랑스럽다. 철마산 주변의 산길을 거닐면서 만난 노랑제비꽃, 흰제비꽃, 현호색, 솔체 등은 땅에 낮게 엎드려 봄볕을 받고 있었다. 매화, 산수유, 개나리꽃, 벚꽃, 진달래꽃 등속처럼 봄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요란한 환호를 받지는 못 하겠지만 시인의 여린 심성에 비친 들꽃의 아름다움은 위대하다.
노랑제비꽃
정호승
가난한 사람들이 꽃으로 피는구나
폭설에 나뭇가지는 툭툭 부러지는데
거리마다 침묵의 눈발이 흩날리고
나는 인생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차가운 벽 속에 어머니를 새기며
새벽 하늘 이우는 별빛을 바라보며
나는 사랑하는 인생이 되기로 했다
희망 속에는 언제나 눈물이 있고
겨울이 길면 봄은 더욱 따뜻하리
감옥의 풀잎 위에 앉아 우는 햇살이여
인생이 우리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창 밖에는 벼랑에 핀 노랑제비꽃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둘레길 주변의 봄 (0) | 2015.04.28 |
---|---|
[독후감] 공지영 장편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 (0) | 2015.04.12 |
알파인 텐트 점검 (0) | 2015.03.28 |
셰릴 스트레이드가 지은 책 <와일드> 독후감 (0) | 2015.03.24 |
꽃샘 추위엔 봄꽃이 그립다 (0) | 2015.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