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평일 산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주말엔 인파로 붐비는 북한산의 신록을 한적하게 느끼고 싶어 집을 나선다. 칼바위 능선을 따라 오를까 생각하다가 좀 더 편안한 흙길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북한산둘레길을 따라서 정릉 탐방안내소를 통과한다. 여기부터는 국립공원 안이다. 계곡으로 이어진 길을 걷다가 왼쪽으로 올라선다. 평소에 산책 삼아 가끔 걷곤 하는 국민대에서 이어지는 능선길과 만난다. 형제봉을 돌아 나가는 길을 따라 보현봉 아래의 일선사를 지나쳐 대성문에 도착한다. 의상능선을 따라갈까 잠시 망설인다. 행궁지 방향의 드넓은 계곡길을 걸어 내려가는 편안한 산길을 따르기로 한다. 북한산성 입구까지 5 킬로미터 남짓 이어지는 산길 주변이 연초록으로 물들고 있다.
학창시절 국어책에 실렸던 <신록 예찬>이란 수필이 떠오른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계절이 다르겠지만 나는 산에 다니면서 신록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이 맘 때가 가장 좋다. 화려한 단풍철이 아름답다지만 그 땐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진다. 신록은 점점 짙어지면서 성하의 생기 넘치는 숲으로 변신한다. 서서히 부풀어 오르는 풍선 같이 숲은 그 부피를 키워가며 풍성해진다. 계곡 좌우엔 산벚꽃과 복사꽃이 아직까지 한창이다. 신록과 어우러진 자연스런 그 자태가 더욱 멋스럽다. 신록의 자연을 한없이 만끽하고 싶은 마음에 둘레길을 따라 연신내역까지 걸어간다. 15 킬로미터가 넘는 산길을 7 시간 가까이 천천히 거닐면서 꽃처럼 아름다운 연초록의 향연에 푹 빠져 보낸 오늘 하루가 값지다.
'국내트레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과 도봉산 이어타기 - 2014년 6월 21일 (0) | 2014.06.21 |
---|---|
한강기맥 끝자락 걷기 - 2014년 5월 10일 (0) | 2014.05.11 |
북한산 원효봉 둘러보기 - 2014년 3월 1일 (0) | 2014.03.01 |
견치봉과 국망봉 산행 - 2014년 2월 22일 (0) | 2014.02.23 |
예봉산-율리봉-예빈산(직녀봉)-견우봉-승원봉 (2014년 2월 15일) (0) | 2014.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