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다시 새학기를 맞이하는 감상

빌레이 2009. 5. 28. 16:38

어제 학과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신입생, 신병, 신입사원 등등의 새로운 멤버가 낯선 곳에 발을 디디게 되는 요즘이다.

영어로 신입생은 후레쉬맨(freshman)이다. 신선하다는 뜻이다.

신입생들 눈에 교수인 나는 어떻게 보였을까를 생각해보면 재미있다.

 

나는 대학입학원서를 내기 위해서 난생 처음 서울 땅을 밟았다.

당시 한대에 다니던 사촌형을 따라 밤늦게 도착한 서울은 복잡했다.

서울에서 산다는 설레임보다는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때의 나를 돌이켜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무엇에 쫒기는 듯한 불안한 마음...

 

이런 나의 옛모습과 너무나 흡사한 신입생들의 모양새를 대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수학이 좋아서 수학과에 왔다는 그들의 말이 당돌하게 들린다.

다른 어떤 학문보다 가혹하고 어려운 학문인데... 재미가 있을까?

대학에서 처음 배우는 수학을 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임무가 내게 주어졌다.

 

내 강의에 리포트가 엄청나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이에 대한 질문이 들어온다.

좋은 말씀, 힘이 되는 말씀은 다른 멋진 교수님들께 양보한다. 나는 악역을 기꺼이 자청한다.

우선 겁부터 준다. 수학은 겉멋 부리고 요령 피우면 절대로 잘 할 수 없다고...

나는 여러분들을 훈련시키는 악명 높은 교관으로 불리길 주저하지 않는다고... ㅎㅎㅎ

 

다음 주면 캠퍼스는 개강이다. 방학 땐 대학원생들을 지도하고 학기 중엔 학부생들에게 전념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그리고 신입생처럼 항상 신선함을 잃지 않기를 마음 먹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개혁해야만 서로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나는 내주 첫 시간 지난 해와는 다른 좀 더 좋은 것으로 다가가기 위해서 준비한다.

 

나를 바라보게될 그 맑은 눈동자들을 사랑한다면 나를 좀 더 채찍질해야 한다.

주마가편(走馬加鞭)... 새 학기를 대하는 나의 마음 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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