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책을 읽다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문구를 접할땐 신선함을 느낀다.
유홍준의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저자가 옮겨왔던 말처럼.
"아는 만큼 보이고, 알고 난 이후의 것은 예전 것과 다르다."와 같은.
최근 책을 읽다가 내 머리를 맑게 해준 두 가지 글귀가 있다.
그 하나는 "가장 보편적인 것은 가장 구체적인 것이다."란 문장이다.
평소 가볍게 생각하던 뜻으로는 전혀 반대되는 의미로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가장 추상적인 것이라는 간단한 생각이 나를 지배했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보편적인 것은 구체적일 때 비로소 의미를 갖고 있었다.
먹고 사는 얘기와 같은 구체성이 있어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진실이 된다.
철학이나 이념과 같이 추상적인 개념은 쓸모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용적(practical)이란 말의 힘을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는 시대이다.
또 하나 내게 신선하게 다가온 글귀는 "자연인은 낭만적임과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사람이다."란 문구다.
이 말도 표면적으론 대치되는 개념의 나열이다. 낭만적인건 비현실적이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분히 생각해보면 이 말도 전적으로 동감이 간다.
산에 오르면서 우리는 아름다운 산하, 맑은 하늘, 떠오르는 해, 지는 노을에 낭만적으로 취한다.
그러나 겨울산이나 바위산을 오를 때 생존을 위해 지극히 현실적인 준비를 게울리하는 등산가는 없다.
자연 속에서 우리는 가슴 따뜻한 낭만과 현실적 생존을 위한 지혜를 함께 배우는 것이다.
생각을 깊게 하면 새로운 사유의 결과물을 얻고 기뻐하게 된다.
숨을 고르고 차분히 생각에 잠겨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진다.
위 두 글귀는 모두 일본소설 속에서 발견하였다. 첫번째 것은 <불씨>에서
다른 하나는 요즘 읽고 있는 소설 <사카모토 료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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