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도몬 후유지의 <불씨>

빌레이 2009. 5. 28. 16:36

<불씨>는 일본 막부 시대의 뛰어난 지도자 우에스기 요잔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삼백여 페이지 분량의 책 두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말과 어제까지 이 책 속에 재미 있게 빠져들었다.

원래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두레교회 김진홍 목사님의 인터넷 설교로부터다.

김진홍 목사는 좋은 책을 많이 소개시켜 주시고, 항상 깨어있는 말씀을 전해주시기 때문에 좋아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전 일본을 통일한 이후의 막부 정치는 지금의 연방제와 유사한 체제를 갖추었다.

우리나라 군과 도의 중간 크기라 할 수 있는 "번"을 하나의 독립된 국가처럼 번주가 통치하게 하고,

지금의 도쿄인 에도 중앙 정부는 지방 번을 세금과 번주의 격년제 에도 거주 등의 제도로 통제하였다.

우에스기가는 일본 동북지방인 요네자와번을 통치했던 영주 집안이다.

 

주인공 요잔의 원래 이름은 하루노리이고, 요잔은 은퇴 후에 받은 칭호이다.

하루노리의 고향은 큐슈이지만 우에스기가에 양자로 책봉되어 17세의 나이에 번주에 등극한다.

번주에 오를 당시엔 최악의 파탄 상태였던 요네자와를 개혁하여 일본 최고의 번으로 올려 놓는다.

소설은 어린 하루노리가 영리하고 치밀하게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막부시대라는 봉건 제국 시대에 하루노리의 리더쉽은 발상의 전환이며, 가히 획기적인 것이었다.

우리의 관료나 선비 계층에 해당했던 무사들을 개혁의 주체로 삼아서 그들을 먼저 변하게 만들었다.

항상 번민을 먼저 생각하는 지금의 민본주의 사상을 몸으로 실천한 정치가라 할 수 있다.   

개혁을 실천하는 주체는 사람이며, 그 사람들 사이의 사랑과 믿음이 불씨처럼 타오를 때 개혁은 성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루노리는 진정한 리더란 사람들에게 불씨를 심어줌으로써 스스로 활활 타오르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과정 속에서 보여주는 사내들의 뜨거운 사랑, 믿음, 희생 등의 감정은 읽는 이를 감동시킨다.

도덕책에 나오는 교훈적인 이야기, 만화 같은 이야기, 한 인간의 과장된 일대기 등과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한 시대를 멋지게 살아낸 우에스기 요잔이란 인물은 안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소설 작품의 문학적 관점에서 감히 이 책을 평가한다면 여러 가지 비판을 가할 수 있다.

우선 스토리 전개에 밀도감이 떨어진다. 극적인 장면이 너무 많은 데에서 오는 한계일 수 있다.

소설적 재미로 추가된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흐지부지한 결말 때문에 사용되지 않는 것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또한, 주인공 하루노리를 너무 완벽한 인간으로 묘사하여 우상시하는 경향이 뚜렷하여 사실감이 떨어진다.

 

이와 같은 헛점들을 많이 지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꼭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문학적 가치에서가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대단히 유익한 시사점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역사와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 책이기도 하다.

북알프스가 있는 나가노, 기후, 도야마 현과 함께,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무대인 일본의 동북지방을 가보고 싶었다.

이젠 요네자와시가 있는 동북(도호쿠)지방을 가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