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절제된 생활

빌레이 2009. 5. 28. 16:39

나는 참 하고 싶은 것이 많다. 가고 싶은 곳도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많으며, 보고 싶은 것도 많다.

이러한 나의 욕심 때문에 지금까지 남들보다 많은 것을 경험해본 것 같기도 하다.

뭘 해야겠다는 생각이 나면 별 주저함 없이 실행에 옮겨버리는 습성을 지닌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도 면밀한 계획 속에서 어떤 일을 추진하고 그 것으로부터 만족감을 얻은 예는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항상 즉흥적이었고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행동한 적이 많았다.

그러한 행동 후에 만족감을 얻은 적도 있고 후회스런 적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생각만 하고 아무 것도 행하지 않은 것보다는

후회스런 결과일지라도 일단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나았었다는 생각이다.

 

올 해도 어김없이 내게는 하고픈 일들이 마음 속에 쌓여 있다.

요즘 내게 밀려오는 일들과 주변 환경은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야 한다고 외치는 듯하다.

이제 나는 자유롭게 산을 탈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개운치 않은 이런 생각이 내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기에 가슴은 답답하다.

 

일요일까지 하루도 쉬지 못했던 강행군 속에서 내 몸은 아팠다.

평소 목디스크를 직업병으로 가지고 있던 연유로 과로하면 어깨 주위 근육부터 고장난다.

어제 아침부터 일어나기 힘들 정도의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다른 이가 대신하기 힘든 일이기에 통증을 참으며 맡은 강의를 끝내야 하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어제 밤에 의사인 처제가 왕진을 와줬다. 제일 좋다는 주사를 놔주고 초음파 물리치료를 해주었다.

그 덕분인지 오늘 강의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내 사전엔 휴강이란 없다는 미련한 고집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몸이 아프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왜 아플까라는 단순한 생각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복잡한 생각까지.

어제 오늘 고통 속에서 들어온 많은 생각 중에 지금까지 남아 있는 단어는 "절제"이다.

 

철학자 칸트는 태어나서 한 번도 고향인 쾨니히스부르그에서 20리 밖으로 여행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로부터 추앙 받는 철학자가 되었다.

구도자적인 자세와 치열한 학문적 탐구의 결과로 시공을 뛰어 넘는 존경을 칸트는 받고 있다.

칸트를 위대하게 만든 생활 신조의 핵심은 절제가 아니었을까.

 

성경에서 성령의 아홉가지 열매 중에 절제가 들어 있다. 절제가 성령의 열매란 것을 어렴풋이 이해할 것 같다.

내가 절제하는 삶을 살아갈 때 내 주위의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마음 속의 욕망을 참을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래야 역설적이지만 자유롭게 된다.

내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기 위하여 나는 절제된 삶에 도전해야 한다. 몸이 아픈 가운데 깨달은 마음 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