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방학이 끝나간다. 주중에 한 번의 산행을 하겠다던 다짐은 지켜지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일이 많았다고 핑계를 댈 수 있겠지만 결국은 부지런하지 못한 탓이다. 누군가 말했다. 산행의 가장 큰 고비는 문지방을 넘는 것이라고. 겨울엔 특별히 맞는 얘기다. 막상 집을 나서면 홀가분한 것을 추위 때문에 자꾸만 움츠러들어 게으름을 피우게 된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논문 작업 때문에 복잡해진 머리를 식히고 싶다. 맘 편히 주중 산행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큰 맘 먹고 집을 나선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수락산역에서 내린다. 매월정으로 향하는 능선을 따라 오른다. 매월당 김시습의 자취가 남겨진 곳이라 하여 매월정이라 이름 지은 팔각정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깔딱고개로 내려서서 로프를 잡고 오르는 바위능선길을 버리고 좌측으로 돌아가는 소로를 택한다. 알고 있는 루트지만 처음 걸어본 길이라서 즐겁다. 아직은 눈이 녹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배낭바위와 철모바위로 이어지는 바위능선을 돌아가는 길은 한결 순하게 주봉으로 향한다. 주봉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주위를 조망하니 맘이 편하고 좋다.
주봉 너머 남향의 한적한 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수락산은 가파른 바위산인데도 곳곳에 편안한 쉼터가 많다는 게 장점이다. 겨울철엔 따뜻한 남향의 한적한 쉼터에서 햇볕바라기 하는 맛은 일품이다. 정상 아래의 양지바른 곳에서 배회하다가 수락산장 방향으로 하산한다. 내원암으로 향하는 이 길은 오른쪽에 계곡이 흐른다. 금류폭포로 이어지는 계곡은 얼고 녹기를 반복하여 빙계 표면이 물결 모양을 이루고 있다. 내원암 아래의 금류폭포의 얼음은 한 번 무너져내린 흔적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논문 작업과 배드민턴으로 자칫 산과 멀어지기 쉬운 요즘의 생활이다. 오랜만에 홀로 걸어본 수락산 속에서 다시금 산소처럼 맑은 기운을 받은 느낌이다. 산은 항상 그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1. 내원암 아래의 금류폭포는 얼음이 한 번 무너져내린 흔적이 있다.
2. 매월정에서 바라본 수락산 정상부. 가운데 배낭바위로 향하는 주등산로에서 벗어나 왼쪽의 주봉으로 향하는 소로를 올랐다.
3. 주봉으로 향하는 오솔길에서 돌아다본 풍경. 왼쪽에 매월정 보이고 맞은 편의 도봉산 정상부가 멋지게 조망된다.
4. 수락산 정상인 주봉엔 널찍한 바위틈이 있다. 여름철엔 아주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5. 주봉 옆에서 북한산과 도봉산을 바라보고 서있는 소나무.
6. 수락산장으로 하산하기 전 넘어온 주봉을 돌아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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